‘종이접기’인 키리가미(Kirigami)의 패턴을 닮아 접히는 다공성 나노 고체가 나왔다.
UNIST(총장 박종래) 화학과 최원영, 오현철 교수팀은 독일 드레스덴공대, 도르트문트공대, 이화여자대학교 문회리 교수팀과 공동으로 접히는 금속 유기물 골격체(Metal Organic Framework, MOF)를 개발했다.
개발된 MOF는 금속과 유기물이 화학 결합한 직경 1∼2나노미터의 분자 터널이 3차원으로 연결돼 있다. 그 연결 구조가 키리가미 패턴을 닮아 가로, 세로와 같은 특정 방향의 분자 터널을 접거나 펴는 것이 가능하다. 키리가미는 종이를 자르고 접는 방식으로 복잡한 3차원 구조를 만드는 공예 기술로, 팝업북, 입체카드 등에서 볼 수 있다.
연구팀은 키리가미 패턴을 잘 만들 수 있는 금속과 유기물을 선정해 이를 합성한 뒤, X-Ray 회절 실험 등을 통해 합성된 MOF의 내부 구조를 분석했다. 실험 결과, 온도, 압력, 분자 등 외부 자극을 통해 키리가미 패턴으로 연결된 분자 터널의 크기, 방향, 차원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특히 분자 터널을 접었다 펴는 방식으로 보일러 분배기, 상하수도관에서 쓰이는 매니폴드처럼 특정 방향의 유체 흐름을 차단하거나 선택적으로 개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매니폴드의 체크밸브 역할을 하는 분자 터널의 영역도 알아냈다. 이 MOF 구조에서는 금속 유기물 타일 영역의 회전이 체크밸브를 돌리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한다.
공동연구팀은 “분자 수준에서 종이접기의 영감을 받은 접힘 메커니즘을 구현할 수 있음을 확인한 연구로, 이를 통해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특성을 갖는 메타물질 설계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개발된 접이식 MOF의 특성을 스마트 흡착제, 에너지 저장, 분리 물질 등의 개발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독일 드레스덴공대(TU Dresden)의 안드레아스 슈네만 박사팀, 도르트문트 공대(TU Dortmund)의 세바스찬 헨케 교수팀과 공동으로 진행됐으며, UNIST 남주한 연구원, 이화여자대학교 이홍규 연구원이 참여했다.
연구결과는 화학 분야 권위 학술지인 앙게반테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11월 21일 자로 온라인 게재됐다. 연구 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NRF), 울산과학기술원(UNIST)의 지원을 받았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