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 주체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정리되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가 언제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공수처를 비롯해 이번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과 경찰 모두 윤 대통령을 향한 포위망을 좁히며 수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공조수사본부(공조본)에서 20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25일 오전 10시 까지 공수처로 출석할 것을 통보한 가운데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를 경비원들이 지키고 있다. 허영한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성탄절인 25일 윤 대통령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요구한 상태다. 현재로선 윤 대통령 측이 변호인단 구성 등을 이유로 소환을 거부할 소지가 크다.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단 구성에 관여하고 있는 석동현 변호사는 앞서 공수처 출석 여부에 대해 "변론팀 구성을 마치고 가동될 시점에 국민 여러분이 알 수 있게 해주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소환을 거부할 시 공수처는 체포영장 청구 카드를 신중하게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기관은 통상 피의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3차례 출석하지 않을 때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한다. 다만 법적으로 정해진 횟수는 아니고, 도주 우려나 증거인멸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출석하라는 공수처의 요구를 한 차례 거절했고, 현재 두 번째 출석요구를 받은 상태다. 대통령이라는 신분상 도주 우려는 크지 않더라도 혐의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가능성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이 거듭 출석요구를 거절할 경우 체포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내란죄의 수괴와 중요 범죄자에 대해서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과 경찰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윤 대통령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확보해 계엄 관련자들과 어떤 통화를 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하달한 문건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송치된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첫 소환 조사를 벌였다.
다만 중복 수사 우려는 여전하다. 비상계엄의 위법 여부 판단에 중요한 가늠자가 될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대한 수사는 제각각 진행되는 양상이다. 검찰은 그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시작으로 최 부총리,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등을 불러 조사하는 등 계엄 전후 상황과 대통령실 지시 사항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 또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를 비롯해 비상계엄 발령 당시 국무회의 참석·배석자 상당수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일부 국무위원들은 검·경 양쪽에서 조사를 받기도 했다.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의 신병은 지난 20일 공수처가 확보했는데, 정보사령부 출장 조사는 검찰이 지난 19~20일에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공수처는 아직 검찰로부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등 군 지휘부를 조사한 사건기록을 공유받지 못한 상태다. 이들이 윤 대통령에게 직접 연락과 지시를 받았다는 증언이 있는 만큼 윤 대통령 조사에 앞서 해당 기록에 대한 검토·분석이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상황이다. 그만큼 수사에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사건 초기 빚어진 수사 경쟁이 이번 사태의 핵심인 윤 대통령 직접 수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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