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서 싸우고 접시닦으며 요리배워"…NYT, 안성재 셰프 집중조명

안성재 셰프 소개한 NYT
"어려운 길 걸어 성공에 이르렀다"

미국 유력지 뉴욕타임스(NYT)가 미슐랭 3스타 셰프로 유명한 안성재씨(42)를 소개하는 장문의 기사를 홈페이지 첫 화면에 게재했다.


NYT는 21일(현지시간) '그는 서울의 유일한 미슐랭 3스타 셰프다. 그를 거스르지 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13세 때 미국으로 가족과 함께 이민한 뒤 요리사의 삶을 택한 안 셰프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NYT는 "이라크에서 미군 병사로 싸우고 접시닦이로 일하며 요리학교 비용을 마련하는 등 그는 있을 법하지 않고 어려운 길을 걸어 성공에 이르렀다"고 했다.

안성재 셰프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캘리포니아관광청 소속 관광 전문가들과 한국 여행사 대표들을 초청해 열린 VIP 만찬에서 요리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성재 셰프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캘리포니아관광청 소속 관광 전문가들과 한국 여행사 대표들을 초청해 열린 VIP 만찬에서 요리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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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따르면 안 셰프는 풍족하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내고 미군에 입대했고, 이라크 전쟁에 파병돼 정비병으로 일했다. 이후 제대한 안 셰프는 포르셰 정비공이 되고자 했다. 그러나 정비공 훈련 시작 2주를 남겨놓고 당시 캘리포니아에서 운영 중이던 르 코르동 블뢰 요리 학교에 다니던 학생들을 보고 즉흥적으로 요리 학교에 등록했다.

요리 학교 졸업 후에는 무급으로 일하며 요리를 배우겠다며 캘리포니아 베벌리힐스의 유명 일식집 문을 두드린 끝에 접시닦이부터 시작해 커리어를 쌓아갔다. 안 셰프는 그곳에서 많은 것을 배웠지만, 일본 스타일의 옷을 입은 채로 일하는 그를 보며 손님들이 자신을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으로 볼 것이란 생각에 불편함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그게 날 많이 괴롭게 했다"면서 "그건 마치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흉내 내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후 여러 노력을 기울인 끝에 그는 2016년 샌프란시스코에 식당을 열 수 있었고, 이 가게는 개업 첫해 미슐랭 1스타를 획득했다. 당시 18석 규모의 가게에는 항상 예약이 가득 찼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안 셰프는 이듬해 가게 문을 닫고 한국행을 결정했다. 그는 "사람들이 날 미쳤다고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다행히 2017년 서울에 개점한 그의 식당 '모수'는 우려의 시선을 딛고 큰 성공을 거뒀다. 모수는 2019년 미슐랭 1스타, 2020년 미슐랭 2스타를 획득한 데 이어 2023년에는 한국 유일의 미슐랭 3스타 식당으로 부상했다. 2017년 모수를 개업했을 때, 당시 메뉴 가격이 비싸 그의 아내조차도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안 셰프는 "너무 비싸지 않다"며 "이게 제가 정한 가치"라고 했다.

요리계의 정점에 올랐음에도 안 셰프는 무명에 가까웠다. 그러나 넷플릭스 요리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것을 계기로 유명세를 떨치게 됐다고 NYT는 전했다. 서울의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인 에빗의 셰프 조셉 리저우드는 안 셰프에 대해 "아마도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셰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매체는 "그의 아메리칸드림이 궁극적으로 실현된 곳은 그의 모국이었다"면서 "그가 떠난 사이 한국은 음악과 예술, 텔레비전, 음식 분야의 세계적 강국으로 탈바꿈했다"고 평가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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