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친러시아 성향 지도자인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가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났다.
크렘린궁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모스크바를 실무 방문한 피초 총리와 크렘린궁에서 만나고 있다"며 두 정상이 악수하며 대화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과 피초 총리가 일대일 형식으로 만났으며, 피초 총리의 러시아 방문은 며칠 전 계획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과 피초 총리가 직접 만난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국 정상이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난 것은 이례적이다. 슬로바키아는 EU·나토에 모두 가입된 국가다.
지난 7월에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오르반 총리와 피초 총리는 러시아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몇 안 되는 유럽 정상들이다. 2022년 4월 카를 네함머 오스트리아 총리가 러시아를 방문한 것을 포함하면 피초 총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이후 푸틴 대통령과 대화한 세 번째 유럽 지도자라고 타스 통신은 전했다.
외신은 피초 총리가 푸틴 대통령과 대화하러 간 것은 우크라이나를 통한 러시아 가스 공급 문제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가스 수송에 대한 5년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우크라이나를 통한 러시아 가스 수송은 내년 1월1일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가스 수송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자 피초 총리는 "슬로바키아가 위기에 빠질 것"이라며 반발한 바 있다. 지난 19일에는 러시아에서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로 가는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한 석유공급이 기술적 문제로 중단되기도 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번 면담에서 국제 문제와 러시아 가스 운송 문제가 논의되느냐는 질의에 "당연히 (그렇다고) 쉽게 추측할 수 있다"면서도 "정확한 내용을 알려면 회의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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