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서울의 전셋값 상승 폭이 줄었고 입주 예정 단지를 중심으로 매물이 늘었으나, 내년 전세가격은 이보다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매물이 많아지고 있지만 예년에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가격을 내리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23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이달 20일 기준 3만2687가구로 집계됐다. 지난 8월(2만6539가구)보다 6000가구 많았다. 전세 매물은 8월부터 꾸준히 쌓였다
동대문·성동·강동구에서 매물이 많았다. 동대문구의 아파트 매물 수는 이달 1611가구로 지난 8월(465가구)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이어 성동구는 같은 기간 823가구에서 1609가구로, 강동구는 3647가구에서 4132가구로 매물 수가 증가했다.
신축 아파트의 입주를 앞두고 전세 매물이 쏟아졌다. 내년 1월 입주하는 동대문구 이문동 ‘래미안 라그란데’의 전세 매물은 지난 8월24일 처음 나왔다. 74가구가 나오기 시작해 이달 875가구까지 쌓였다. 동대문구 이문동 아파트 전세 매물의 95.7% 수준이다.
성동구는 성수동 '서울숲 아이파크 리버포레 1차'가 내년 1월 입주한다. 지난 9월26일 처음으로 전세 매물이 등록됐다. 그 당시 7가구였던 전세 매물은 이달 321가구까지 증가했다.
강동구는 지난달부터 내년 3월까지 입주하는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에서 전세 매물이 많았다. 지난 8월 기준 이 단지의 전세 매물은 2268가구였는데 이달 2780가구로 늘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 상승률도 둔화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 상승률은 지난 7월 0.86%를 찍은 이후 하락세를 보이면서 지난달 0.21%까지 내려왔다.
구별로 동대문구는 지난 8월(0.76%)부터 상승률이 줄어들면서 지난달 0.11% 오르는 데 그쳤다. 성동구의 상승률은 7월 1.55% 이후 지난달 0.35%까지 둔화했다. 강동구는 오름세가 상승과 둔화를 거듭하다 지난달 전세가가 0.04% 내려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일부 지역에서 전세 매물이 쌓이고 있지만 전반적인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 리서치랩장과 김효선 NH 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보다 늘어나지만 여전히 예년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전세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함 랩장은 "입주 예정 단지는 입주 3~6개월 전부터 전세 매물이 나오는데,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내년 1분기에 몰려 있다"며 "내년 하반기부터는 공급 부족에 따라 전세가가 다시 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기도 아파트 입주량도 서울 아파트 전세가에 영향을 주는데 올해 대비 내년 입주량이 4만가구 감소하는 것도 전세가 상승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임대 물량을 뺀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지난 20일 집계 기준)은 3만213가구다. 이 중 32.2%(9723가구)는 내년 1분기 입주한다. 서울 아파트 입주량은 2020년 4만4529가구였는데 이후 2만~3만가구 수준으로 감소했다.
김 위원은 "또 매매 수요가 전세 수요로 전환하면서 전세가가 뛸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 기준금리가 두 차례 내려가면서 전세대출 금리도 올해보다 내년 더 낮을 것"이라며 "매매 시장 관망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수요자가 일단 전세에 몰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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