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세종시로 갈 수도 있지 않을까요? 계엄의 흑역사가 서린 곳에 다음 대통령이 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수십 년간 용산에서 장사를 해왔고 삼각지역 원조 맛집으로 소문난 한 식당의 사장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대통령실 출입증을 목에 걸고 있는 기자를 보더니 "대통령실 이전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세종으로 이전하지 않겠냐"라고 반문했다. 아직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최종 인용되지 않았지만 향후 대통령실 이전을 염두에 두고 장사를 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식당 사장은 "본가가 세종이기는 하지만…"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대통령실 인근에서 쇠고깃집을 운영하는 식당 사장도 요새 장사는 어떻냐는 기자 질문에 손사래부터 쳤다. "어휴, 연말 장사는 다 접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계엄 사태 이후 매출이 절벽"이라고 걱정했다. 대통령실 직원들이 외부 손님들과 식사하는 장소로 유명한 이 식당은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공무원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기존 예약도 모두 취소됐다"면서 "간혹 오는 손님들도 고기 대신 간단한 식사 메뉴만 찾는다"고 전했다.
신용산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또 다른 상인도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삼각지역과 신용산역 인근은 '용리단길'이라 불리며 2030 세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핫플레이스'였는데 요새는 부쩍 줄었다"면서 "대통령실이 가까워 시위소리가 시끄러울 것이라 지레짐작한 젊은이들이 연말 예약을 줄취소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이 상인은 "근데 정작 대통령실 주변은 조용하지 않냐"라면서 "연말 특수가 사라져 당황스럽다"고 울상을 지었다. 주변 카페에서는 삼각지역 인근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10~20% 할인을 적용해주기도 하지만 요새는 할인받는 손님들이 거의 없다는 후문이다.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왕래하는 인적이 확연히 줄어든 용리단길의 풍경도 스산하다. 비상계엄 사태 전 카페 창업을 준비하고, 이후 인테리어 작업에 한창인 한 가게 주인은 "계엄 사태를 누가 예상했겠나"라며 "이러다 용산 상권이 확 죽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1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은 조용한 가운데 차량과 사람들이 오가고 있고 진입로 담에는 응원 화환들이 줄지어 서 있다. 허영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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