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에 대한 기준과 범위가 11년 만에 변경됐다. '매년 12월 31일 기준 재직자에게만 준다' 혹은 '지급일 직전 3개월 이상 일했을 경우 지급한다' 등의 특정 조건이 붙은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조건이 달렸다는 이유로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 것은 법이 정한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는 것을 막는다는 이유에서다. 조건부 정기 상여금은 상여금 지급 대상을 정할 때 특정일 재직 여부, 최소 근무 일수 달성 등을 조건으로 정한 상여금이다. 통상임금은 소정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급여를 뜻한다.
대법원은 2013년 판례를 뒤집었다. 당시 대법원은 자동차 부품업체인 갑을오토텍 판결에서 재직조건부 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의 세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통상임금으로 인정된다는 기준을 제시하면서, 별도의 조건을 충족해야 지급하는 임금은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번에 대법원은 고정성 요건을 폐기했다. 대법원은 "고정성 개념이 통상임금 범위를 부당하게 축소해 연장과 야간 근무에 상응하는 근로기준법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근로자들은 더 많은 수당과 퇴직금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조건부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포함되면 연장, 야간, 휴일 등 각종 근무수당이 증가한다. 통상임금은 연장, 야간, 휴일근로수당 등의 산정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평균 임금이 증가하면서 퇴직금도 늘어난다. 과거 부족하게 지급된 수당에 대해 소급 정산도 요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기업들은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달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 시 경제적 비용과 파급효과' 보고서를 통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산입되면 매년 6조7889억원의 추가 인건비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통상임금 산입 여부에 영향을 받는 기업은 회원사 전체 기업의 26.7%이며, 이들 기업은 1년 치 당기순이익의 14.7%를 추가 인건비로 부담하게 될 것으로 추정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도 확대될 것으로 봤다.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으로 29인 이하 사업장과 30∼299인 사업장 근로자의 월 임금 총액 격차(혜택받는 근로자 기준)는 기존 월 107만1000원에서 120만2000원으로 13만1000원 늘어난다. 29인 이하 사업장과 3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와의 월 임금 총액 격차도 기존 월 321만9000원에서 351만7000원으로 29만8000원 증가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