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금융 움직임에 車보험료도 내리나…손보사 '전전긍긍'

금융권 '상생금융 시즌2' 본격화
올해 자동차보험 손해율 치솟았지만
보험료 동결이나 인하 유력

탄핵정국으로 얼어붙은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해 금융권에서 상생금융 움직임을 본격화하면서 손해보험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손해율 상승으로 자동차보험 적자가 코앞인데 내년에 추가로 자동차보험료를 내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보업계는 최근 자동차보험 연간 손해율과 이익 증감 여부 등을 따져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자동차보험 판매 점유율 상위 5개사의 자동차보험 담당임원과 부서장을 소집해 올해 자동차보험 손해율과 내년도 보험료 인상 여부 등 현황파악에 나선 데 따른 조치다. 손보사들은 통상 그래왔던 것처럼 이달 중으로 자동차 보험료 관련 회의가 더 있을 것으로 보지만 금융당국은 아직 별다른 행동에 나서진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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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보험료는 각 손보사가 손해율에 기반한 자체 보험료율을 산출해 보험개발원이나 계리법인 등 외부 기관으로부터 검증받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겉으로는 자유롭게 정하는 구조지만 금융당국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는 게 업계 공통 의견이다. 통상 손보사들은 연말까지 보험료율 검증을 마치고 연초에 금감원과 협의를 해왔다. 지난해엔 정부가 드라이브를 건 상생금융 동참 차원에서 올해 자동차 보험료를 2.5~3% 낮췄었다. 최근 금융당국이 이달 중 은행권 '상생금융 시즌2'를 발표할 것이라 했고 지난 17일엔 3년간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을 낮추기로 결정하는 등 금융권 상생금융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라 손보업계도 올 게 왔다는 반응이다.


손보업계는 올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올라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0월 기준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자동차보험 점유율 약 85%를 차지하는 대형 손보사 4곳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4개사 단순 평균) 85.2%로 전년동기(81.5%) 대비 3.7%포인트 상승했다. 1~10월 누적 손해율은 81.5%로 전년(78.6%) 대비 2.9%포인트 상승했다. 삼성화재 84.2%, 현대해상 85.8%, KB손해보험 87.8%, DB손해보험은 82.9%를 기록했다. 롯데손해보험(87.8%), 한화손해보험(86.8%), 메리츠화재(86.1%) 등도 모두 손해율이 85%를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82%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손보사 대부분 손해율이 손익분기점을 넘어섰지만 보험료를 올리긴 어려울 전망이다. 자동차보험은 대형사 위주의 과점체제여서 상위 손보사 2~3곳만 흑자가 나도 전체 시장이 흑자로 인식된다. 이렇게 되면 손보업권에서 보험료를 올릴 만한 명분이 줄어든다. 실제 일부 대형사는 올해 자동차보험에서 흑자로 잠정 집계한 것으로 파악됐다. 더구나 국제회계기준(IFRS17) 영향으로 올해 대형 손보사 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찍고 있어서 자동차보험으로 상생금융에 동참해달라는 당국의 요청을 거절하긴 어려워 보인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올해 의료비와 인건비 등 보상원가가 올라 자동차보험부문 손해는 불 보듯 뻔하다"며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동결이나 인하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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