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드라마 시장은 크게 변화했다. 지난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밀렸던 방송 드라마가 올해 다시 주도권을 되찾았다. ‘선재 업고 튀어’ ‘정년이’ 등을 앞세워 케이블방송이 화제성을 독식했다. 지상파는 ‘굿파트너’ ‘고려 거란 전쟁’ 등을 통해 흥행 부진의 고리를 끊었다. OTT는 드라마 대신 예능 콘텐츠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지난해 인기를 독식했던 넷플릭스는 이달 26일 공개 예정인 ‘오징어게임2’와 ‘살인자ㅇ난감’(2월) ‘닭강정’(3월) ‘더 에이트 쇼’(5월) ‘스위트홈3’(7월) ‘지옥2’(10월) 등 올해 총 15개의 K콘텐츠 시리즈(드라마)를 선보였다. 시즌 1, 2 총제작비 700억원을 쏟은 ‘경성크리처2’를 비롯해 ‘스위트홈3’, ‘지옥2’ 등이 기대와 달리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지상파 방송사는 판타지 히어로물에 치중하며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당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비교적 다양한 장르 드라마로 사랑받았다. 이혼 전문 변호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SBS ‘굿 파트너’(17.7%), 마약 형사를 내세운 ‘커넥션’(14.2%), KBS 사극 ‘고려 거란 전쟁’(13.8%) 등이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 밖에도 MBC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ENA ‘유어 아너’는 그간 고질적 한계로 지적됐던 ‘권선징악’ 클리셰를 넘어선 촘촘한 연출로 호평받았다.
최근 콘텐츠 시청 형태가 다양해지며 시청률 못지않게 화제성이 중요해졌는데, 케이블채널 tvN이 화제성을 휩쓸었다. TV·OTT 화제성 분석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올해 드라마 화제성 조사에서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이 1위를 차지했다. 재벌 3세 여성과 시골 이장 아들이 결혼을 올린 후 벌어지는 이야기로, ‘백마 탄 왕자’ 설정에서 여성과 남성을 뒤바꿨다. 배우 김지원·김수현이 주연을 맡았다.
올해 tvN의 가장 큰 효자는 ‘선재 업고 튀어’다. 국내외 시청자를 두루 사로잡으며 올해 최고의 드라마로 평가받았다. 최고 시청률은 5.8%에 머물렀지만, 화제성을 독식하며 인기를 끌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반응도 뜨거웠다. 미국 주간지 타임즈는 올해 최고의 K드라마라고 평가했으며, 영국 대중문화 전문 매거진 NME는 '2024 최고의 K드라마 10선' 1위로 선정했다. 글로벌 OTT 라쿠텐 비키에서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브라질, 멕시코 등 109개국 시청 1위를 차지했다. 주인공 선재를 연기한 배우 변우석은 ‘캐스팅 1순위’로 떠오르며 톱스타급 인기를 누리게 됐다.
이 밖에도 복수극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최고 시청률 12%를 찍었고, 1950년대 여성 국극단 이야기 ‘정년이’는 최종회 시청률 16.5%를 기록하며 흥행했다. 올해 인기를 얻은 드라마의 공통점은 ‘여성’ 이야기였다. 여성 간 연대와 쌍방 구원 서사가 시청자들 사이에서 공감을 얻으며 인기를 끌었다.
OTT는 드라마로 울고, 예능으로 웃었다. 올해 치열한 경쟁을 통해 살아남는 '서바이벌' 콘텐츠가 강세를 보였다. 넷플릭스는 ‘더 인플루언서’ ‘미스터리 수사단’ ‘솔로지옥’ ‘피지컬:100’ ‘좀비버스’ ‘최강럭비: 죽거나 승리하거나’ 등을 공개했으며, 이 중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 가장 인기였다. 재야의 고수와 스타 셰프 100인이 맞붙는 서바이벌 요리 프로그램으로 3주 연속 글로벌 톱10 비영어 부문 1위에 올랐다. 넷플릭스는 시즌 2 제작을 확정하고 출연자 모집에 들어갔다.
최강 피지컬 100인의 대결을 그려 지난해 인기를 얻은 ‘피지컬 100’은 시즌 2로 제작돼 지난 3월 공개됐다. 1, 2편의 연이은 성공에 시즌 3까지 제작을 확정했으며, 아시아를 무대로 확장할 계획이다. 디즈니+(플러스)는 방송인 유재석, 덱스(본명 이진영) 등이 출연한 게임 서바이벌 '더 존: 버텨야 산다' 시즌3을 공개했고, 토종 OTT 웨이브는 탄탄한 팬덤을 구축한 서바이벌 예능 '피의 게임' 시즌3, '여왕벌 게임', '사상 검증 구역: 더 커뮤니티' 등을 선보였다. 티빙은 자사 채널 tvN과 함께 '2억9천 : 결혼전쟁', '스테이지 파이터' 등을 공개했다.
최근 영상 산업 침체하면서 편성을 잡지 못한 채 표류하는 드라마 수가 늘고 신규 제작도 급감했다. 2022년 공개된 한국 드라마는 141편이었지만, 2023년에 123편, 올해는 100편 남짓에 불과했다. 올해 콘텐츠 흥행 양극화 현상은 더욱 짙어졌다. 인기작엔 관심이 집중됐지만, 대중이 공개된 사실조차 잘 알지 못했던 콘텐츠도 많았다. 제작 편수는 줄었는데, 경쟁은 더 치열해진 셈이다.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2005) ‘우리들의 블루스’(2022), 넷플릭스 ‘트렁크’ 등을 연출한 김규태 감독은 “최근 제작 작품 수가 줄고, 매출이 좋지 않아 콘텐츠 창작자들이 경계심과 불안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콘텐츠 시장 부흥을 위해 업계 관계자들과 공존·상생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장르적 다양성 측면에서 다양한 작품 제작에 투자를 늘리는 게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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