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창업주의 장·차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와 임종훈 대표가 그룹 경영권 장악을 위해 추진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기타비상무이사)의 해임이 무산됐다.
19일 한미약품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 잠실 서울시교통회관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박 대표와 신 회장에 대한 해임안이 부결됐다. 사전 투표와 현장 참여 의결권 중 박 대표 해임안은 52.62%만이, 심 회장 해임안은 53.64%만이 찬성해 특별결의 안건 통과 기준(66.6%)을 넘지 못했다. 이들 해임을 전제로 한 박준석·장영길 이사의 선임 건도 자동 부결됐다.
이날 임시주총 출석 주식 수는 1021만9107주로 집계됐다. 자기주식을 제외한 총수 1268만214주 가운데 80.59%가 참석했다.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그간 모녀 측의 '4자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벌여 왔다. 4자연합은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모녀 측 지분 일부를 인수한 라데팡스파트너스로 구성돼 있다.
한미약품 이사회는 모녀 측 6명과 형제 측 4명 등 총 10명으로 구성돼있다. 이에 형제 측은 모녀 측 박 대표와 신 회장을 해임하고 우군인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부사장과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를 이사회에 진입시켜 과반수를 차지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날 해임안 부결로 형제 측이 4자연합 측 경영진을 축출하려던 계획은 무산됐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의 이사회는 6대 4로 4자연합이 우세를 유지하게 됐다. 또한 박 부사장과 장 대표를 신규 이사로 선임하는 안은 표결에 부쳐지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이같은 결과는 국내외 기관 투자자와 소액주주 상당수가 모녀 측을 지지했기 때문으로 읽힌다. 형제 측 지분인 41%가량 외 추가 찬성 득표율이 11% 수준에 그친 것이다. 현재 한미약품 지분율은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가 41.42%로 대주주인 가운데 국민연금 10.1%, 신 회장 7.72%, 한양정밀 1.42% 등이다. 소액주주는 약 39%로 추산된다.
지난 11월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에 이어 이번에도 4자 연합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며 한미약품의 독자 경영 행보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다만 한미사이언스의 현재 이사회 구성이 4자 연합과 형제 측이 5대 5로 균형을 이룬 만큼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될 조짐이다. 내년 3월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정기 주총서 다시 한번 표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주주총회 이후 이어진 언론 간담회에서 박재현 대표는 "확고한 전문경영인 체제 기반의 공고한 리더십을 확인해 주신 주주님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저와 함께 한미약품을 이끌어가는 본부장님들과 합심해 한미의 브랜드를 재건하고, 더욱 발전시킬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연구개발(R&D)에 집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올해에만 R&D에 1600억원을 투자했고 내년 2000억원까지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사이언스와의 위탁 관계는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앞서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8월 한미약품이 사전 논의 없이 인사·법무팀을 신설했다며 지주사와 한미약품 간 업무 위탁계약서를 위반한 행위라고 지적한 바 있다. 박 대표는 "위탁 관계의 틀을 깰 생각이 없다"며 "(팀 신설로) 독립경영을 선언했다는 것은 상대의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임종훈 대표는 주주들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자료를 통해 "주주분들의 결정을 존중하며, 한미약품을 포함해 그룹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걱정하는 의견과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겠다"며 "지주사 대표로서 우려되는 부분이 적지 않으나 그룹 전체가 최선의 경영을 펼치고, 올바른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어 "어느 누구도 더 이상 불필요한 갈등과 반목을 초래하거나 그룹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며 "그룹 모든 경영진과 임직원은 부디 모두가 각자 본분에 맡는 역할에 집중해 최근의 혼란 국면이 기업가치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게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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