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난 尹대통령 주장…국정원 "부정선거 판단 못 해"

尹, '비상계엄 명분'으로 부정선거 주장
국정원, '선관위 보안점검' 결과 재확인
"침투·조작 가능, 실제 여부 확인 못 해"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명분으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지만 정보 당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보안점검 결과 '부정선거 여부'를 판단할 수 없었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선관위 보안점검 결과 부정선거 여부에 관해서는 판단을 내릴 수 없었고, 이런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19일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은 최근 국회에도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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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은 지난해 7월부터 두 달간 선관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과 보안 실태를 점검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지난해 보안점검 범위는 전체 IT 장비 6400대 중 317대(5%)에 국한됐다"며 "사전투표 인원을 투표하지 않은 사람으로 표시하거나 사전투표하지 않은 인원을 투표한 사람으로 표시할 수 있는 등 다수의 해킹 취약점을 발견해 개선 조치를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선관위 전산망은 보안이 필요한 시스템까지 외부에서 침투할 수 있는 상태였다. 투·개표 관련 주요 선거 시스템을 운용하는 업무망과 선거망은 외부 접속으로부터 분리돼야 했지만 시스템 관리 부실로 망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일례로 제품 출시 초기의 패스워드 값을 그대로 사용했고, 이로 인해 통합선거인명부 탈취·조작이 가능했다.


아울러 국정원은 이 같은 점검 이전부터 북한에 의한 해킹 공격 8건을 선관위에 통보했지만 이후로도 선관위가 해킹 원인을 조사하거나 자료 유출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방치했다고 밝혔다. 그간 국정원의 현장점검을 거부해온 선관위가 2022년 자체점검 결과를 '100점'으로 제출했지만, 합동점검 때 재평가를 한 결과 실제 점수는 31.5점에 불과했다는 문제도 지적했다.

당시 국정원의 발표는 '가능성'에 초점을 뒀다. 언제든지 침투·조작할 수 있는 상태라는 점까지는 확인했지만 과거 어느 시점에 실제 선거망 공격이 있었는지까지 판단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인력, 기간, 점검 대상 장비의 부족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당시 선관위는 "다수의 내부 조력자가 조직적으로 가담하지 않고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반박했다.


12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대한 긴급 입장 발표를 보고 있다. 강진형 기자

12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대한 긴급 입장 발표를 보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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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계엄 사태 이후 지난 12일 담화에서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를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이 이렇게 엉터리인데, 어떻게 국민들이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이 같은 담화 이튿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현안질문에서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대한민국이 부정선거가 가능한 나라인가'라는 질문에 "저희 시스템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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