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조치로 정책금리는 고점 대비 1%포인트 낮아졌고 이제 통화정책은 상당히 덜 제약적(significantly less restrictive)이 됐습니다. 우리는 정책금리 추가 조정을 고려하면서 더욱 신중해질 수 있습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내년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Fed는 이날 3연속 금리를 내리면서 내년 금리 인하 예상 횟수를 종전 4회에서 2회로 대폭 줄였다. 파월 의장이 이날 금리 인하가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인하'임을 시사하면서 뉴욕증시는 일제히 하락했고, 국채 금리는 급등했다.
파월 의장은 18일(현지시간) 개최된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슬아슬한 박빙의 결정(closer call)이었지만, 이날 우리의 결정은 옳았다"며 향후 금리 인하에 더욱 신중한 입장을 취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Fed는 이번 회의에서 연방기금금리를 기존 4.5~4.75%에서 4.25~4.5%로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9월 5.25~5.5%였던 금리를 2년6개월 만에 0.5%포인트 내린 뒤 11월과 이달 0.25%포인트씩 추가로 낮추며 3연속 인하에 나섰다. 하지만 이날 FOMC 회의에 참여한 Fed 위원 19명 중 4명은 "적절한 통화정책" 하에서 이번 금리 인하는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견해가 엇갈렸다.
파월 의장은 일련의 통화완화 조치와 관련해 "우리는 여기까지 오기 위해 매우 빠르게 움직였다"면서 "앞으로는 분명히 더욱 느리게 움직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9월 통화완화 사이클 개시 후 3연속 단행한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것임을 거듭 시사한 발언이다.
이번 FOMC의 관건 역시 향후 통화정책을 예상할 수 있는 점도표였다. Fed는 이날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에서 2025년 인하 예상 횟수를 기존 0.25%포인트씩 4회에서 이번엔 0.25%포인트씩 2회로 대폭 줄였다. 견조한 미 경제가 인하 전망 조정의 배경이었다. Fed는 함께 공개한 경제전망요약(SEP)에서 올해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전망치를 2.8%,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제시했다. 종전 대비 0.2%포인트, 0.5%포인트씩 상향했다. 올해 연말 실업률 전망치는 종전 4.4%에서 4.2%로 하향했다.
파월 의장은 내년 금리 인하 예상 횟수 하향과 관련해 "최근 인플레이션이 상승했다"며 "Fed 위원들이 추가 금리 인하를 검토할 때 인플레이션의 진전을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우리는 경제가 정말 좋은 위치에 놓였다고 생각한다"며 "정책 역시 매우 좋은 위치에 있다"고 진단했다.
Fed가 이날 금리 인하 결정과 동시에 점도표, SEP를 공개한 가운데 파월 의장은 Fed 위원 중 일부는 내년 1월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 정책 영향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인상, 불법이민 금지 정책 등이 물가를 밀어올릴 수 있다는 '트럼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파월 의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영향과 관련해 "서두르지 않고 시간을 들여 매우 신중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책이 실제로 수행되고 어떻게 이행되는지 지켜본 후에만 평가할 수 있으며, 우리는 아직 그 단계에는 이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Fed가 매파적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뉴욕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58% 내려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2.95% 밀렸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56% 급락해 장을 마감했다. 국채 금리는 급등세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3bp(1bp=0.01%포인트) 뛴 4.51%,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10bp 오른 4.34% 선에서 움직이는 중이다.
브랜디와인 글로벌의 잰 맥킨타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실질적인 금리 인하는 12월 FOMC 회의에서 가장 덜 중요한 요소였고 이미 시장 가격에 책정됐었다"며 "Fed는 (예상대로) 실망시키지 않았으며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지침)를 고려할 때 이날 결정은 '매파적 인하(hawkish cut)'였다"고 평가했다.
트레이드 스테이션의 데이비드 러셀 글로벌 시장 전략 수석은 "Fed로부터 크리스마스 환호는 없었다"며 "정책입안자들이 올해 더 높은 인플레이션과 낮은 실업률을 예상하면서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이 될 이유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금리가 현재 더 이상 분명히 제약적이지 않기 때문에 (인하를) 일시 중단하는 것이 논리적인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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