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18일(현지시간) 일제히 하락세로 마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3연속 기준금리를 내렸으나 내년 인하 속도를 늦추기에 앞서 이뤄진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인하'임을 거듭 확인하면서 투심이 급격히 악화됐다. Fed의 내년 금리 인하 전망이 후퇴하면서 미 국채 금리 역시 치솟으며 10년물 기준으로 4.5%를 돌파했다.
이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23.03포인트(2.58%) 내린 4만2326.87에 장을 마감했다. 이로써 다우지수는 이달 초 역대 최초로 4만5000선을 돌파한 다음 날부터 이날까지 10거래일 연속 하락, 1974년 이후 50년 만에 최장기간 약세 행진을 이어갔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78.45포인트(2.95%) 하락한 5872.16,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716.37포인트(3.56%) 급락한 1만9392.69에 거래를 마쳤다.
Fed의 매파적 금리 인하가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날 Fed는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공개한 정책결정문을 통해 연방기금금리를 기존 4.5~4.75%에서 4.25~4.5%로 3연속 인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관건은 금리 인하 전망을 담은 점도표였다. Fed는 이날 점도표에서 2025년 연말 금리 전망치 중앙값을 지난 9월 제시했던 3.4%에서 3.9%로 상향했다. 앞서 9월에는 내년 금리를 0.25%포인트씩 4회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번엔 0.25%포인트씩 2회 인하에 그칠 것임을 예고했다. 최근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주춤하고, 노동시장이 예상과는 달리 강세를 지속하면서 내년 인하 예상 횟수를 대폭 줄였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직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향후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겠다는 뜻을 거듭 확인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조치로 정책금리는 고점 대비 1%포인트 낮아졌고 이제 통화정책은 상당히 덜 제약적이 됐다"며 "우리는 정책금리 추가 조정을 고려하면서 더욱 신중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금리 인하 예상 횟수 하향과 관련해 "최근 인플레이션이 상승했다"며 "Fed 위원들이 추가 금리 인하를 검토할 때 인플레이션의 진전을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랜디와인 글로벌의 잰 매킨타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실질적인 금리 인하는 12월 FOMC 회의에서 가장 덜 중요한 요소였고 이미 시장 가격에 책정됐었다"며 "Fed는 (예상대로) 실망시키지 않았으며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지침)를 고려할 때 이날 결정은 '매파적 인하(hawkish cut)'였다"고 평가했다.
Fed는 이날 국내총생산(GDP), 인플레이션, 실업률 등 분기별로 발표하는 경제전망요약(SEP)도 업데이트했다. 올해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전망치는 2.8%, GDP 성장률 전망치는 2.5%로 제시했다. 종전 대비 0.2%포인트, 0.5%포인트씩 상향했다. 올해 연말 실업률 전망치는 종전 4.4%에서 4.2%로 하향 조정했다.
트레이드 스테이션의 데이비드 러셀 글로벌 시장 전략 수석은 "Fed로부터 크리스마스 환호는 없었다"며 "정책입안자들이 올해 더 높은 인플레이션과 낮은 실업률을 예상하면서 비둘기파적(통화완화 선호)이 될 이유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금리가 현재 더 이상 분명히 제약적이지 않기 때문에 (인하를) 일시 중단하는 것이 논리적인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Fed가 매파적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국채 금리는 뛰고 있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3bp(1bp=0.01%포인트) 치솟은 4.51%,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10bp 오른 4.34% 선에서 움직이는 중이다.
종목별로는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가 1.14% 하락했다. 전날 사상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던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8.28% 급락했다.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은 6.91% 내렸다.
이 가운데 다음 날에는 미 경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확정치가 발표된다. 20일에는 Fed가 가장 중시하는 물가 지표인 1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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