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기반 유망 스타트업은 대기업 부럽지 않은 일·생활 균형 제도를 갖춘 곳이 적지 않다. 유니콘 기업에 다가갈수록 좋은 인력이 필요하고 이들을 영입하기 위해선 '워라밸' 보장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을 키우며 자금과 자원이 부족해 겪는 보릿고개인 '데스밸리'를 건너다보면 이런 제도는 사문화하기 십상이다. 이 과정을 극복하고 일·생활 균형 제도를 안착시킨 스타트업은 "직원들이 제도를 실제로 쓸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펀딩 스토어 플랫폼 와디즈는 올해 유연근무제 활용 등으로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와디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해 구성원들이 개인의 생활에 맞춰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와디즈 공동창업자인 최동철 부사장은 "유연근무와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며 "야근이 필요하면 반드시 산출물을 제출하도록 해 시스템적으로 야근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와디즈는 연장 근로시간을 주 평균 2.7시간에서 1.77시간으로 약 1시간 줄였다.
또 주 40시간 근무를 초과하면 공지해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근무시간을 관리하도록 했다. 장기근속 구성원들에게 리프레시 휴가를 제공하는 등 법적 기준을 넘어서는 다양한 제도도 실천하고 있다. 최 부사장은 "직원들이 눈치를 보지 않고 제도를 쓸 수 있는 문화가 자리잡았다"며 "상징적으로 직책자인 경우도 남성, 여성을 가리지 않고 육아휴직을 낸 사례가 꽤 많다"고 했다. 신혜성 와디즈 대표는 "와디즈는 젊은 기업이면서 여성 비중이 높은 회사로, 균형 잡힌 삶과 성장이 공존하는 회사를 지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구성원들이 더욱 행복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재화 번개장터 대표가 아시아경제 주최로 열린 2024 여성리더스포럼에서 '도전과 성장 - 스타트업 CEO의 한 발 더 내딛는 용기'를 주제로 패널 토론을 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의 최재화 대표도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문화'를 강조했다. 최 대표는 "번개장터의 근무제도는 신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업무 방식이다. 재택, 유연근무를 해도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문화가 이미 자리잡았다"며 "생산성이 있다면 시간과 장소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회사 철학"이라고 말했다.
번개장터는 구성원이 자신의 일과 리듬에 맞춰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오전 8시부터 11시 사이 자유롭게 출근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시차 출퇴근', 여유로운 저녁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조기 퇴근권 '오아시스', 재택근무와 오피스 근무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근무' 제도를 운영 중이다. 최 대표는 "명확한 목표 설정, 긴밀한 협업 방식, 성과 중심의 평가 체계, 협업 툴 활용, 재택근무 규칙 등 다양한 시스템이 뒷받침된다면 자율적인 근무환경은 생산성 향상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번개장터는 여성 리더십 육성에도 집중하고 있다. 여성 구성원 비율은 약 40%, 여성 조직장 비율은 약 35%이다. 최 대표는 "여성 구성원이 자녀와 가정이 있더라도 심리적 안정감을 갖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여성 구성원이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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