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에 300원도 안해"…출근길 매일 사들고 가더니, 이제 직접 물에 '탈탈'

카페 프랜차이즈 인스턴트 커피 진출 잇따라
동서식품, 카누 브랜드 리뉴얼로 맞대응
"내년 커피값 상승하면 홈카페 경쟁 더 치열"

#직장인 A씨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한 푼이라도 아끼는 법'이다. 고물가에 주식계좌까지 시퍼렇게 멍드는 등 살림살이가 팍팍해지자 점심값을 아끼려 도시락을 싸고있다. '짠물소비'의 일환으로 최근에는 출근길에 한잔씩 사 마시던 커피를 인스턴트 커피로 바꿨다. 텀블러에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산 스틱커피와 뜨거운 물을 붓고 한 모금 마시면 맛이 꽤 그럴싸하다. A씨는 "아메리카노 한잔당 200원도 안 하는 셈이니 돈을 번 기분"이라고 말했다.


고물가 시대가 이어지면서 짠물소비가 가성비 높은 홈카페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카페 프랜차이즈들이 잇따라 인스턴트 커피 시장에 진출하고, 기존 시장의 강자도 브랜드 리뉴얼을 하며 매출 방어에 나섰다. '기후플레이션(기후변화로 인해 농작물 생산이 감소해 식료품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에 따른 원두 가격 인상으로 내년 커피값이 오를 가능성이 큰 만큼 한동안 홈카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잔에 300원도 안해"…출근길 매일 사들고 가더니, 이제 직접 물에 '탈탈' 원본보기 아이콘

'불황'에 닫힌 지갑… 홈카페 시장 공략하는 카페 프랜차이즈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카페 프랜차이즈들이 인스턴트 커피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중이다. 백종원 대표가 운영하는 더본코리아의 빽다방은 최근 빽다방 아메리카노, 빽다방 커피믹스 클래식 등 스틱커피 2종을 새롭게 선보였다.

빽다방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국인이 선호하는 산미가 적고 고소한 풍미의 커피 맛을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빽다방 아메리카노는 베트남, 브라질, 콜롬비아 총 3개의 유명 커피 산지의 원두를 최적의 비율로 블렌딩했고, 빽다방 커피믹스 클래식은 산미를 줄이고 부드러운 프림과 달콤한 설탕의 균형을 맞춰 누구나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2년 전 인스턴트 커피 시장에 진출했던 이디야커피는 배우 변우석을 새긴 스틱커피를 내놓으며 소비자 시선을 다시 사로잡기에 나섰다. 이디야 스틱커피 중 가장 인기 있는 ▲스페셜 골드 블렌드 리치 크레마 커피믹스와 ▲스틱커피 오리지널 아메리카노 2종에 변우석 사진을 넣어 팬들을 공략하는 중이다.


"한 잔에 300원도 안해"…출근길 매일 사들고 가더니, 이제 직접 물에 '탈탈' 원본보기 아이콘

2011년 카누 출시 후 첫 '브랜드 리뉴얼'…디자인·품질 높였다

인스턴트 커피 최강자인 동서식품은 브랜드 리뉴얼로 맞대응하고 있다. 동서식품은 최근 카누의 제품 디자인과 품질을 개선하는 '카누 이노베이션'을 진행했다. 2011년 출시된 카누는 합리적 가격으로 카페 퀄리티의 원두커피를 즐길 수 있게끔 한 제품으로 10년간 누적 100억잔 판매되는 성과를 보였다. 동서식품은 카누 이노베이션을 통해 패키지 디자인을 변경하는 한편, 품질도 개선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아메리카노 맛을 찾아내 카누 '다크', '마일드', '라이트' 특성에 맞게 원두 배합비를 바꿨다"면서 "각각 원두가 가진 속성을 잘 발현할 수 있는 공법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한 잔에 300원도 안해"…출근길 매일 사들고 가더니, 이제 직접 물에 '탈탈' 원본보기 아이콘

인스턴트 커피의 최대 강점은 바로 가격이다. 한 잔당 가격이 대부분 500원 미만으로 저렴하다. 빽다방 아메리카노 스틱의 경우 20개입이 4500원에 판매된다. 1개당 225원인 셈이다. 이디야커피의 오리지널 아메리카노는 20개입 4700원으로 개당 235원 수준이다. 저가 카페에서 사 마시는 1500원짜리 아메리카노와 비교해도 확실히 싸다.


커피 입맛 높아진 소비자…카페 퀄리티 중요

하지만 커피가 대중화하며 소비자들의 입맛이 고급화한 만큼 더 이상 가격경쟁력만으로는 홈카페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2년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정에서도 커피전문점과 같은 커피를 즐기고 싶다"고 응답한 이들이 61.5%에 달했다. 또 48.2%는 "스스로 커피 입맛이 고급화되고 있음을 체감한다"고 응답했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고물가에 아무리 짠물소비가 유행이라지만 사람들이 고급 커피에 길들여진 입맛을 포기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홈카페 경쟁에서 이기려면 저렴한 가격은 물론 카페 퀄리티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내년에도 불경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기후 인플레이션 여파로 커피 원두값 상승이 예견된다. 폭염과 태풍 등 휘몰아친 자연재해에 주요 커피 산지인 브라질·베트남의 생산량이 급감한 결과다. 뉴욕 국제상품거래소(ICE)에 따르면 지난 10일 아라비카 원두 선물 가격은 0.45kg당 3.44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내년 카페 프랜차이즈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원두가격이 계속 오르는 추세라 올해 재고로 버티며 가격 인상을 자제해온 브랜드들도 결국 커피값 올리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반면 소비자 주머니는 더욱 팍팍해지는 실정이라 홈카페 시장이 더욱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