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도 결혼식 축의금 '골머리'…"돼지 한근 값 내자"

돼지고기 한근 값으로 축의금 내는 中 마을
"물질적 부보다 감정 중시하는 농촌 문화"

중국에서 높은 결혼식 비용에 대한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관영매체들이 '돼지고기 한 근' 값을 축의금으로 내는 한 농촌 지역의 풍습을 조명했다.


18일 중국 영문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중부 후난성 주저우의 룽샤 마을에 있는 특별한 지역 풍습에 대해 보도했다. 매체는 "이곳 마을 사람들은 혼례나 장례를 열 때 돼지고기 500g(중국의 '한 근')의 현재 가격을 기준으로 축의금·조의금을 낸다"며 "이런 전통은 소박하지만 따뜻한, 물질적 부보다 생각과 감정을 중시하는 농촌 공동체 문화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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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난일보 또한 '돼지고깃값 축의금' 풍습을 보도하며 "주저우 차링현에선 고기 한 근 값이 10위안(약 2000원)이면 10위안을, 12위안(약 2400원)이면 12위안을 낸다"고 설명했다. 후난일보는 "예로부터 중국인들은 선물 교환을 중시했고 혼례는 인정이 오가는 중요 행사였다"며 "그러나 경제 발전과 사회 분위기 변화에 따라 일부 지역의 결혼 관습이 원래 궤도를 벗어나 경쟁과 사치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액의 '차이리'(彩禮·결혼지참금)와 호화로운 결혼 연회, 번거로운 의식은 부담과 괴로움을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혼례의 본질을 어느 정도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중국에서 '신붓값'(bride price)으로도 불리는 '차이리'는 신랑이 신부 가족에게 줘야 하는 돈이다. 중국의 오랜 관습이지만, 신부 측의 과도한 요구로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 중국 농촌 마을의 차이리는 통상 10만∼20만 위안(약 1900만∼3800만원)으로 한 가정이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차이리 피해 사례가 잇따르자, 중국 당국은 고가의 차이리를 규제하자며 캠페인에 나서기도 했다.


한편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 역시 경제 둔화, 취업난 등이 겹치면서 결혼과 출산율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혼인신고 건수는 올해 상반기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중국 정부는 올해 1∼2분기 혼인신고 343만건과 이혼신고 127만4000건을 각각 처리했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혼인신고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392만8000건)에 비해 49만8000건(12.7%) 감소한 것으로 2013년 이후 최소치를 나타냈다.

중국의 연간 혼인신고 건수는 2013년 1346만9000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줄곧 감소세였다. 2019년 처음으로 '1000만건' 벽이 깨져 927만3000건(8.5% 감소)을 기록했고, 이후 2020년 814만3000건(12.2% 감소), 2021년 764만3000건(6.1% 감소), 2022년 683만5000건(10.6% 감소)으로 가파른 하락세를 이어갔다. 중국 결혼 데이터를 추적 관찰해온 인구 연구자 허야푸는 올해 연간 혼인신고 건수가 1980년 이래 가장 적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출산율 역시 떨어지는 추세다. 중국의 지난해 출생 인구는 902만명으로 2년 연속 신생아 수가 1000만명을 밑돌았다. 작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미국(1.62명)보다 낮은 1.0명으로 추산된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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