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 켜진 지방 분양시장…"시장침체에 탄핵까지 겹쳐"

대형건설사 7곳 중 6곳 지방 분양물량 줄여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에다 탄핵까지 겹쳐"

"지방과 수도권 분양시장 양극화 점차 커져"
"지방 시장침체, 탄핵 등으로 실물경기 위축 이어져"

서울 시내 빌라 밀집 지역과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빌라 밀집 지역과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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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건설사들이 내년 지방 분양 물량을 축소한다. 올 한 해 뜨겁게 달아오른 서울 분양시장과 달리, 한파가 몰아닥친 지방 경기가 내년에도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비상계엄에서 탄핵으로 이어진 불안한 정국도 실물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공급 일정을 뒤로 미루고 있다.


대형 건설사 7곳 중 6곳 "내년 지방 분양 줄였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내년 분양계획을 확정한 10대 건설사 7곳 중 6곳이 지방 아파트 분양 계획이 없거나 올해보다 공급량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 HDC현대산업개발 은 아직 내년 공급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

삼성물산 과 SK에코플랜트는 내년 지방 분양 계획이 없다. 삼성물산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지방에 아파트를 공급하지 않는다. SK에코플랜트는 올해 지방에서만 6896가구를 선보였지만 내년에는 수도권에서만 분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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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 DL이앤씨 , 롯데건설, 포스코이앤씨는 지방 분양 물량을 올해보다 줄였다. 현대건설은 올해 1만1009가구에서 내년 6375가구로 축소했다. 롯데건설은 올해 8098가구에서 내년 2100가구로,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1만2503가구에서 내년 5386가구로, DL이앤씨는 올해 5624가구에서 내년 4922가구로 분양 목표를 낮춰 잡았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지방 분양시장 침체와 대통령 탄핵에 따른 혼란까지 겹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재 값 등이 오르면서 분양가도 계속해서 올랐고, 지방에서는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입지가 아닌 이상 집을 살 수요자도 없다"며 "그런 와중에 탄핵까지 겹치며 시장이 더 불안해졌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대우건설 은 올해보다 내년 지방 아파트를 더 많이 공급한다. 대우건설의 지방 분양 물량은 올해 6073가구, 내년 6577가구다.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에서 올해보다 내년 아파트 분양이 늘어났다고 해서 공급이 증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예년보다 지방 공급량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기저효과로 몇몇 건설사에서 지방 분양 물량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는 "그간 분양을 미루다 더 버티지 못해 분양에 나서는 곳도 있고, 정비사업의 경우 추진 일정에 따라 공급하는 것도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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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지방과 수도권의 분양 물량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16일 집계 기준 올해 수도권 분양 물량은 지방보다 3만7271가구 더 많다. 격차는 지난해(3만1618가구)보다 커졌다. 2022년에는 지방이 수도권보다 9894가구 더 공급됐다.


청약 경쟁률에서도 이 같은 양극화가 두드러진다. 올해 1·2순위 평균 경쟁률은 수도권 20.07대 1, 지방 6.56대 1이다. 지난해에는 수도권 13.46대 1, 지방 8.90대 1이었고 2022년에는 수도권 8.46대 1, 지방 7.04대 1이었다.


전문가 "지방 분양 물량 감소, 당분간 지속"

전문가들은 당분간 지방의 새 아파트 분양이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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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지방은 매수 심리 자체가 계속해서 약했다. 그런데 탄핵으로 환율 상승 등 금융시장 불안으로 실물 경기도 위축됐다"며 "이 같은 악재가 수도권보다 지방에 더 크게 영향을 주면서 수요도 줄고, 공급도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한솔 피알본 리서치팀장은 "탄핵으로 인해 정책 방향성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 것도 문제"라며 "향후 대선 등을 통해 세금 등 정책 방향이 바뀔 수도 있어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의 관망세가 더 짙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상황에서 수도권에 비해 일자리가 적은 지방은 침체의 파고가 더 커질 수 있다"며 "공급자 입장에서 아파트 분양을 줄이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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