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60세 이상이 20%...연결과 공감으로 풀어야[시니어트렌드]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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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적 혼란을 겪으면서 주변에 우울감과 좌절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신간 ‘불안사회’에서도 현대사회의 끊임없는 경쟁, 성과 강박증, 체제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다고 한다. 이에 따라 개인의 고립과 불안은 더해간다. 좌절감이란 ‘계획이나 의지 따위가 꺾여 자신감을 잃은 느낌이나 기분’이고, 우울감이란 ‘기분의 저하와 함께 생각의 형태나 흐름이나 내용, 동기, 의욕, 관심, 행동, 수면, 신체활동 등 전반적인 정신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말한다. 시대적 집단 우울감을 유발한 최근 상황은 오히려 정신건강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삶에 대한 긍정성, 밝음이 간절한 때야말로 건설적 대안이 나오지 않을까? 2022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이미 100만명을 넘었다. 2022년 기준으로 진료비는 5378억원이다. 매년 비중이 변하지만 60대 이상 시니어, 고령층의 우울증이 20% 이상이다. 청년세대는 취업난으로 인해서, 시니어세대는 상실감으로 인해서인 경우가 많다.


그동안 한국의 시니어 이슈와 트렌드에서 가장 자주 등장한 단어는 ‘경제력’, 바로 돈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노인빈곤율 1위’를 수년간 차지하고 있으며, 은퇴자들 상당수는 돈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 시니어의 조기 퇴직, 고용 소외 혹은 공적연금 부족 등 경제적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력에 이어 ‘건강’과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도 뒤따랐으나, 정신건강에 대한 주제는 드물었다. 그러나 시니어 우울증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일단 그 숫자가 적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2억6000만명이 우울증을 겪고 있다고 한다. 기대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노년층 우울증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 일본의 시니어 사례연구나 논문 등에서 비중 있게 다뤄진다. 노인이 외로움을 이겨내는 유일한 수단은 TV시청이라는 설문이 있을 정도로 그동안 마땅한 대응책이 없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범정부적 대책을 만드는 중이다. 2018년 영국이 취약계층의 외로움에 대해 ‘외로움부(Ministry of Loneliness)’ 장관직을 신설한 것이 한 예이다. 우울증, 고독, 분노 같은 마음의 질병을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로 봤다. 정부와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지고 ‘연결된 사회를 위한 전략’을 만들려는 시도다.

시니어 우울증 진단은 청년의 것과 별다르지 않다. 2주 이상 지속적으로 무력감, 흥미 저하, 불면증 혹은 과다한 수면 등이 있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때다. 다만, 시니어 중에서도 후기 고령자는 두통, 가슴의 열감과 답답함, 전신통증 등 신체증상이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자주 기억을 깜빡하는 가성 치매가 많은 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울증 예방과 해소를 위해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큰 범주에서 시니어들의 우울증은 퇴직 후 재정적 불안감도 한몫하지만, 외로움이 증가하는 데 따른 것이 크다. 은퇴, 가족 또는 친구의 상실, 사별, 이동 감소로 인해 사회적 고립이 시작된다. 기술 발전 역시 제약사항이 된다. 기술을 잘 활용해 더 많은 연결을 이뤄내기보다는, 기술로 인해 소외되거나 대면하는 일이 적어진다. 또, 만성질환 그리고 이동이 적어지는 일상생활로 인해 신체적 건강 문제가 정신적 건강 문제로 옮아가기도 한다. 인지 저하가 시작되면 사회적으로 위축되며 고립감과 우울증을 악화시킨다.


이러한 시니어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과 정책이 세계 각국에서 시행 중이다. 먼저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원격 상담 및 정신 건강 관리 앱을 통해 시니어를 보다 쉽게 전문가와 연결한다. 또 시니어들이 소셜미디어, 온라인으로라도 친구나 가족과 연결될 수 있는 편리한 플랫폼을 제공해 상호작용을 촉진한다. 여러 국가에서 시니어를 위한 체육, 취미 등 지역사회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람들을 만나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시니어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정신건강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서 우울증의 징후를 인식하고 대처할 수 있게 돕는다. 요즘은 한국 정부도 정신보건센터, 치매안심센터, 노인복지관 등을 활용해 정신건강 정책이나 케어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혼자 사는 노인을 위한 AI(인공지능) 스피커나 로봇 등 일상생활과 예방 단계에서 힘쓰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간단한 일로는 햇볕을 충분히 쬐고, 산책하고, 반신욕 등을 통해 숙면을 취하는 것과 같은 생활습관 관리가 있다. 그리고 환대와 커뮤니티를 되찾아야 한단 생각이다. 지난주 ‘궁금한뇌연구소’ 장동선 대표는 ‘뇌과학자가 바라보는 AI시대의 미래’란 강연에서 우리 뇌에서 공감능력이 퇴화하고 있다는 연구를 소개했다. AI알고리즘의 영향 등으로 인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멀리하며 세대간 갈등, 계층간 갈등, 남녀간 갈등이 커지고 점차 타인을 오해, 무시, 화남, 억울함과 슬픔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진짜 초능력은 ‘공감’ 능력이라면서 공감과 연대하며, 언제 우리의 뇌가 건강하고 행복해지는지를 염두에 두라고도 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도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럴 수도 있구나 하면서 공감해주고 연결되는 것이 치매와 우울증 예방뿐만 아니라 행복감과 창의성에도 영향을 끼친다니 안 할 일인가? 한민족은 원래 홍익인간, 공감의 민족이었다.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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