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했던 송년회를 재개하시길 당부드립니다. 자영업과 소상공인, 골목경제가 너무 어렵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이같이 말했다. 비상계엄 사태 후 주요 상권부터 골목 상권까지 모두 휘청이자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발언이다. 고물가에 소비자가 지갑을 닫으면서 이미 움츠러들었던 외식업계는 비상계엄 이후 예약 취소가 잇따르며 생계의 위협까지 느꼈다. 여전히 엄정한 시국이지만 탄핵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고, 정치권과 지자체가 송년회 재개를 당부하고 나서면서 외식업계에서는 소비심리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표를 비롯한 혼란스러운 정국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는 13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강진형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16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12·이3 비상계엄 사태가 촉발된 이후 예정됐던 송년회가 잇따라 취소되고 연말 모임 문의가 급감하는 등 광화문, 여의도, 명동 등 주요 상권과 곳곳의 골목 상권이 크게 타격 받았다.
위축된 경제는 실제 지표로도 확인된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10일부터 사흘간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개인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전국 소상공인 1630명을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88.4%가 비상계엄 선포 이후 매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매출 감소가 결국 올해 국내총생산(GDP) 목표치 달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NH투자증권이 공개한 '한국, 정치 불안정성이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국민들의 연말소비가 위축되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 여행객이 줄면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04%포인트 위축될 것으로 예상됐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탄핵정국으로 12월 골목상권 매출과 외국인의 국내소비가 5% 훼손됐다는 가정하에 성장률 피해 규모를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2%인데 계엄사태로 이를 달성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탄핵안 가결로 불안정성이 일부 해소된 만큼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골목상권부터 회복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일련의 사태로 인한 예약 취소와 소비 위축으로 송년특수는커녕 가뜩이나 어려운 소상공인의 처지가 극한으로 내몰렸다"면서 "국면이 전환된 만큼 국민 여러분께서도 안심하고 거리를 밝게 비추는 소상공인 매장을 찾아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당초 계획했던 모임과 행사를 진행해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응원해 달라”고 발언했다. 정치권 외 자치단체 곳곳에서도 송년회 재개를 독려하는 중이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취소한 연말 송년회는 차분한 분위기로 재개하자"고 제안했다.
사뭇 달라진 분위기에 외식업계도 다시 연말 특수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탄핵안 가결 이후 다시 일상으로 회복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는 만큼 외식 업계에서도 크리스마스, 송년회 등 12월 특수를 기대 중"이라며 "업계 ‘대목’으로 꼽히는 시기이기에 프로모션, 혜택 등을 보다 강화하며 향후 추이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급격히 오른 원달러 환율이 안정을 찾아 수입 원재료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또 다른 외식업계 관계자는 "수입 식자재를 주로 사용하는 업소들의 경우, 환율 변동에 따른 원가 부담이 상당했기 때문에 걱정이 컸다"면서 "탄핵안 가결로 시장이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라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완전한 해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여 평소와 같은 연말 특수는 기대하기 어려울 듯하다"고 덧붙였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