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에 앉은 신흥국이 120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이자에 허덕이고 있다. 내년에는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이라는 리스크가 추가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향후 10년간 국가부도 사태를 겪는 신흥국이 과거보다 더 많아질 것이라는 경고도 제기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인용한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데이터에 따르면 신흥국 부채는 지난 10년간 두 배 이상 불어난 결과, 총 29조달러(4경1600조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신흥국의 국내 및 해외 부채를 합친 이자비용만 8500억달러(약 1200조원)에 달하는 실정이다.
총 54개국이 국가 수입의 10% 이상을 이자비용에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키스탄·나이지리아 등 일부 국가의 경우 30%가 넘는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신흥국은 병원·도로·학교에 대한 지출 계획 자금을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채권 만기일도 도래하고 있다. JP모건 집계에 따르면 향후 2년 안으로 약 1900억달러의 해외 채권 상한 기한이 만료될 예정이다. 빚을 갚을 형편이 안 되는 일부 빈곤국에서는 연이율이 무려 9%가 넘는 채권을 발행하고 있는 움직임도 확인된다.
트럼프 2.0 시대가 개막하는 내년은 비상이다. 모건스탠리가 집계한 EPFR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경화(hard currency) 표시 신흥국 채권에서 140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입성에 따른 지정학적 긴장, 달러 강세 등 전망으로 투자자들이 신흥국 채권을 앞다퉈 매도한 결과다.
미 신용평가업체 S&P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향후 10년간 신흥국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이 이전보다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흥국의 부채 수준과 이자비용이 감당할 수 없는 정도까지 상승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세계은행(WB)은 최근 빈곤국의 이자비용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며 경고에 나섰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2일자 보도에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는 돈이 필요할 때 의지할 곳이 없다”며 “더 높은 이자율의 무게에 시달리고 있거나 디폴트 가능성 때문에 국제 시장에서 배제된 상황”이라고 짚었다.
앞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메모에서 “신흥시장부채지수의 약 27%가 IMF와 연계돼 있으며 관련한 기금 프로그램에 의존하는 국가 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며 “향후 종료되는 프로그램의 상당 부분이 재정 문제로 인해 재융자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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