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을 당한 미국 지상파방송 ABC가 소송 종결을 조건으로 트럼프 측에 215억원 상당의 합의금을 지불하기로 했다.
14일(현지시간) AP통신·CNN 방송 등 미국 언론은 트럼프 당선인과 법정 다툼을 벌여온 ABC 뉴스와 조지 스테퍼노펄러스 앵커는 소송을 종결하는 대가로 트럼프의 '대통령재단·박물관'에 1500만달러(약 215억원)를 지불하기로 최근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ABC 측은 합의금과 함께 원고 측 소송비용 100만달러(약 14억원)를 지불하고, '스테퍼노펄러스가 낸시 메이스 하원의원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한 발언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내용의 사과문도 발표하기로 했다. ABC 측은 "당사자들이 법원에 제출된 서류 조건에 따라 소송을 종결하기로 합의한 걸 기쁘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냈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3월 ABC 방송 '디스 위크' 진행자인 유명 언론인 조지 스테퍼노펄러스가 방송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스테퍼노펄러스는 강간 피해자였던 메이스 의원에게 '과거 패션 칼럼니스트 E. 진 캐럴을 성추행한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에 관해 물었다. 캐럴은 1990년대 중반 뉴욕 맨해튼의 한 백화점 탈의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이 인터뷰 과정에서 스테퍼노펄러스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강간'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하지만 트럼프 측은 재판에서 강간이 아닌 성추행 혐의만 인정됐다면서 AB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지난해 뉴욕 맨해튼 법원 배심원단은 캐럴 작가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폭행 및 성희롱 혐의는 인정된다고 봤으나 성폭행 여부는 입증되지 않았다고 평결했다. 이후 트럼프는 항소했지만, 담당 판사는 이를 기각하며 배심원단이 암묵적으로 인정한 피해 사실이 법률상 좁은 의미의 성폭행에는 해당하지 않더라도 흔히 통용되는 의미에서의 성폭행에는 해당한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ABC뉴스가 중대한 양보를 한 것이라며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한 트럼프의 이례적인 승리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트럼프는 CNN과 NYT 등 자신에 비판적인 언론사와 작가, 출판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법적 다툼을 벌여왔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