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尹만큼 친화적인 대통령 없었다…北·中군사도발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지난 3일부터 한국 동향을 자세히 보도해 온 일본 언론들이 15일 조간신문에서도 1면 머리기사 등을 통해 탄핵소추안 가결 소식을 다뤘다. 일본에 친화적인 정책을 펴온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고 정치적 혼란이 길어지면서 일본 정부는 외교 전략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간 구축해 온 한일·한미일 협력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정지를 위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일인 14일 용산 전쟁기념관 차단기 뒤로 대통령실 입구가 보인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정지를 위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일인 14일 용산 전쟁기념관 차단기 뒤로 대통령실 입구가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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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니치신문은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을 결정해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윤 대통령만큼 일본 요청에 확실히 대응해 준 한국 대통령은 없었다"는 집권 자민당 관계자 발언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 내에서 "진보계 정권이 들어서면 한국은 또 역사 문제로 골대를 옮기는 것 아닌가"라는 의견이 나온다고 전했다.

또한 전날 가결된 탄핵안에선 이전에 담겼던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정책을 고집했다'는 문구가 삭제된 점에 주목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대일 외교를 비판해 왔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는) '윤 대통령 옹호'나 '내정 간섭'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는 발언을 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계엄 사태 이후 "중대한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며 한일관계 중요성을 원론적으로 강조하는 발언을 거듭해 왔다.


이에 일본 정부의 외교 전략 재검토 압박이 강해질 수 있다고 일부 일본 언론은 짚었다. 요미우리신문은 "내년 국교정상화 60주년에 맞춰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윤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대하는 방안을 수면 아래에서 검토하고 있었다"며 "약 20년 만인 한국 대통령의 국빈 방일을 통해 관계 강화를 내외에 보여주려 했지만 실현되기 곤란한 정세가 됐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한일 외교는 사실상 정지 상태가 됐다"며 "정상 간 의사소통을 지렛대로 삼아 관계를 개선해 왔지만 엄중한 상황으로 퇴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 표결을 앞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에서 전국농민회 참가자들이 상여 모양 조형물을 메고 국회 앞을 지나고 있다. 허영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 표결을 앞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에서 전국농민회 참가자들이 상여 모양 조형물을 메고 국회 앞을 지나고 있다. 허영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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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들은 한미일 협력 체계가 불투명해지고 이로 인해 힘의 공백이 생기면 북한·중국이 군사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도 전망했다. 요미우리는 "한미일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을 염두에 두고 안보 협력을 강화했다"면서 "당분간 우려되는 것이 대중 전략에 대한 영향"이라고 해설했다.


특히 다국간 협력에 소극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달 취임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세에 따라 한미일 결속이 고비를 맞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 신문은 지난 5월 한중일 정상회의가 4년 만에 다시 열리면서 중국과 대화 분위기가 조성됐고, 새 의장국인 일본이 내년 초 3국 외교장관 회의를 거쳐 봄에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한다는 구상을 했으나 암초를 만났다고 지적했다.


닛케이도 "한일관계가 악화하면 중국이 양국에 개별적 대응을 강화해 (한국과 일본을) 미국으로부터 떼어 놓으려 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계엄에 이은 탄핵 사태에 대해 쓴 해설기사에서 "배경에는 한국 정치의 보수와 진보 간 격한 이념 대립이 가져온 사회 분단이 있다"며 "이를 더욱 강화하는 소셜미디어 영향도 크고 일본도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이어 "다른 의견을 힘으로 배제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 점을 새삼 상기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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