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11일 만에 가결로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또 다른 변곡점에서 경제·금융분야 수장들의 움직임이 빨라질 전망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한덕수 총리 주재 회의를 비롯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회의가 잇달아 개최될 예정이다.
14일 한 총리는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 직후 모든 부처와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긴급지시를 전달하고 첫 대면일정으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개최한다. 최 부총리에게는 "정치 상황이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경제팀이 긴밀히 공조해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지속 가동하라"면서 "필요시 컨틴전시 플랜을 적기 가동하고, 우리 기업과 민생경제를 지원할 방안을 지속 강구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 부총리는 권한대행의 긴급지시에 따라 15일 오후 긴급경제관계장관회의와 대외관계장관간담회를 연쇄 계획할 방침이다. 이후 계엄령 선포 이후 매일 개최된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도 주재할 계획이다.
경제·금융당국은 계엄령 선포 이후 금융시장이 초유의 불확실성에 노출돼 어려움을 겪었고, 이번 탄핵 소추안 가결로 다소 불확실성이 해소됐지만, 여전히 불안 요인이 적지 않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부총리 주재 회의에서 보다 세부적인 탄핵안 가결 이후 대책이 논의될 예정"이라면서 "금융위원회는 물론 금융감독원의 점검회의는 기존 대로 매일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금융분야 수장들이 한국에 대한 신뢰도 훼손을 막기 위해 그간 이어온 대외 소통도 지속할 계획이다. 최 부총리는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 재무장관과 축제기구 총재를 포함해 글로벌 신용평가사, 금융기관 등에 긴급 서한을 발송한 데 이어 국제통화기금(IMF) 피에르-올리비에 구린샤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만나 한국의 경제와 금융 시장 상황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한 바 있다.
최 부총리는 지난 12일 스탠더스앤드푸어스(S&P), 무디스, 피치 등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고위급 인사와 화상 면담을 갖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과거 두 차례 탄핵 혼란이 있었으나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최근 주한 영국대사와 면담을 갖고 2016년 정치적 급변 상황에서도 금융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던 경험을 토대로 지금은 그에 비해 더욱 견고한 시장 안정 장치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야마지 히로미 일본 증권거래소그룹(JPX) 대표와 면담을 잇달아 갖기도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주한 일본대사와 면담을 갖고 과거 사례를 볼 때도 정치 등 비경제적 요인의 충격은 일시적·제한적이었음을 언급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 신뢰 제고를 위해 기업지배구조 개선, 밸류업 프로그램, 외환시장 선진화, WGBI 편입 등 현재 추진 중인 과제를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예정임을 강조했다.
환매조건부증권(RP) 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기로 결정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코노미스트, 블룸버그TV,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그는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서 "(비상계엄 선포는) 불필요한 일이었고 상상할 수 없는 실수"라고 지적하면서도 "정치 불안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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