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시작된 불안정하고 불투명한 비정상적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계엄 당시 계엄군의 입법부와 선거관리위원회 강제 진입 시도, 주요 정치인과 법조인에 대한 체포 정황 등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헌정 파괴 움직임이 있었다, 거리로 나선 시민들이 군경을 막아서고, 국회의원들은 진입이 차단된 국회의 담을 넘어 본회의장에 들어가 계엄 해제를 의결했다. 계엄 초기부터 야당은 물론 일부 여당 정치인들이 계엄 반대 의사를 밝혔고, 군과 경찰은 소극적 움직임을 보였으며, 계엄 추진 세력의 허술한 대응 등이 겹쳐 45년 만의 계엄에도 큰 불상사 없이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선진민주주의 국가에 진입했다는 한국에서 대통령이 야당의 탄핵과 예산안 처리 등을 문제 삼아 계엄을 선포, 민주주의 헌정 질서가 위험에 놓였다는 것은 커다란 충격이었다. 이후 환율과 주식시장 등이 요동쳤고, 이미 위기에 진입한 내수 경기는 악화 일로를 걸었다.
이후에도 영장 등에 내란 수괴로 적시된 윤 대통령이 군 통수권을 행사하는 등 비정상적인 상황은 이어졌다. 야권은 즉시 하야를 주장했지만,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 국회 차원에서도 지난 7일 탄핵 시도가 있었지만,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 기간 시민들은 일상을 잃었다. 곳곳에서 사람들이 모이면 나라를 걱정하고 생업을 하는 와중에서 시시각각 전개되는 뉴스에 눈을 돌려야 했다. 일상을 받쳐줬던 ‘국가’라는 지지대가 무너진 탓에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서리가 맺히는 겨울밤 시민들은 거리로 나왔다. 곳곳에서 저마다의 시국선언을 하며 나라를 걱정한다.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윤 대통령의 12일 담화는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여전히 윤 대통령 지지 의사를 밝히는 지지층을 결집하고, 비상계엄의 전모를 밝히기 위한 수사에도 차질을 안겨줬다. 대통령의 4차 담화 이후 나라는 더 분열 양상으로 향하고 있다.
현재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 의사를 밝힌 의원은 199명이다. 야권과 무소속 의원 192명에 국민의힘에서 당론 대신 양심과 소신을 선택한 조경태 안철수 김상욱 김예지 김재섭 진종오 한지아 의원 등 7명이 더해진 결과다. 하지만 여전히 1표가 모자라고, 본인 외에는 투표 내용을 알 수 없는 무기명 투표의 특성을 고려할 때 탄핵 여부는 알 수 없다.
시민들은 현재의 혼란 상황이 일단락되어야 한다는 데 대체로 공감한다. 내란의 장본인으로 꼽히는 윤 대통령이 여전히 군 통수권을 보유한 상황, 한국 경제에 드리운 불확실성의 그늘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학과 교수는 "14일에도 탄핵안이 부결되면 거리의 시간이 길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욱이 윤 대통령의 담화 등으로 국민적 편 가르기 양상이 고조됨에 따라, 사회적 혼란 위험도 커졌다. 정치 지형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정부 여당이 내분 양상을 보이면서 혼란을 빚고 있고, 보수 진영 자체도 혼란에 휩싸였다.
상황을 정리하는 방법은 탄핵 표결에서 찾아야 한다. 여당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개개인의 정치적 참여를 보장해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길이 정국을 수습하고 국민적 혼란을 막는 길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