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테크 전성기는 1990년대다. 영화를 좋아하는 젊은이들 발길을 사로잡았다. 영화공간 1895와 씨앙씨에, 문화학교 서울, 영화사랑, 신 표현, 영화연구소 OFIA, 천안 영화공방, 부산 씨네마떼끄 1/24, 영화로 세상보기 등이 대표적 예. 봉준호, 류승완 등 많은 감독이 기념비적 영화를 접하고 정보를 교류하며 영화를 공부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지난 10일 시네마테크 문화의 역사를 되짚는 컬렉션을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에 공개했다. 영화인들을 만나 시네마테크 경험을 기록한 '영화문화의 변화와 사설 시네마테크의 활동', 한국영상자료원에 소장된 자료를 중심으로 정리한 '1990년대 영화문화운동 컬렉션' 등이다. K-콘텐츠의 근간이 된 영화 문화운동을 돌아보고, 그 중심에 있던 시네마테크 활동을 조명한다.
'영화문화의 변화와 사설 시네마테크의 활동'에는 대중문화 연구자 이영미씨, 이하영 하하필름스 대표, 손주연 작가, 김영덕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위원장 등 영화인 아홉 명이 참여했다. 1970년대 후반 문화원을 통해 형성된 시네필 문화부터 1980년대 등장한 사설 시네마테크, 1990년대 시네마테크의 운영 및 상영 프로그램 등을 두루 복기한다. 자료원 관계자는 "시네마테크가 단순한 영화 상영 장소를 넘어 독립영화 제작·배급의 출발점이자 새로운 영화문화의 촉발이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영화문화운동 컬렉션'에선 문화학교 서울과 대전 씨네마테끄 컬트를 조명한다. 전자는 1991년부터 2003년까지 운영된 시네마테크다. 시작은 교육단체였다. 한의사였던 고(故) 최정운 대표가 '학원업'으로 등록했다. 단편영화 제작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이 드나들면서 점차 영화 스터디 모임으로 발전했다. 레오스 까락스, 짐 자무쉬, 앙가위 등 다양한 감독들의 영화를 소개하면서 입소문이 퍼져 누적 회원 수가 3500명까지 늘었다. 자료원 관계자는 "영화 마니아들의 성지이자 영화를 공부하고 토론하는, 그야말로 '학교' 같은 곳이었다"고 말했다.
후자는 천안 영화공방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상영 공간이다. 대전을 기반으로 활동하던 전국구 영화 동호회 '영화세상'이 운영을 맡으면서 몸집이 커졌다. 회원 간 정보를 교환·교류하고 정기 영화 상영회 등을 열어 관심을 끌었다. 자료원 관계자는 "1998년 대전에서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킹덤'을 개봉했을 만큼 대전지역 영화문화 발전에 이바지했다"고 부연했다.
영상원은 내년에도 한국 영화문화 운동에 관한 다양한 자료를 수집한다. 불과 30~40년 전 일이지만 극장·시네마테크·관람 등 문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어 기록·보존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판단한다. 자료원 관계자는 "이번 공개하는 자료들은 중간 결산에 가깝다"며 "더 많은 자료가 모여 더 큰 그림을 그리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