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친환경 소재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독성 유기용매 대신 물을 활용한 폴리이미드 제조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서둘러 기술이전 계약 체결에 나섰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원종찬·김윤호·박종민 박사 연구팀이 물을 용매로 사용해 고온 내구성과 높은 강도를 갖춘 폴리이미드를 중합하는 친환경 공정을 성공적으로 구현했다고 16일 발표했다.
폴리이미드는 우수한 내열성, 기계적 강도, 화학적 안정성을 지닌 고분자 소재다. 디스플레이, 반도체, 항공우주 등 첨단 산업에서 폭넓게 활용된다. 특히 반도체 및 전자기기 수요 증가로 전 세계 폴리이미드 시장은 연평균 7% 이상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기존 폴리이미드 중합은 NMP, DMAc, DMF와 같은 독성 유기용매를 필수적으로 사용해 환경 오염과 인체에 유해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또 중합 공정 온도가 350도 이상으로 높아 에너지 소비가 크고 생산 단가가 높은 한계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물 기반(Water-borne) 중합 공정을 개발했다. 기존 유기용매 공정을 대체하며 고성능 폴리이미드를 친환경적으로 합성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개발된 기술은 기존 대비 공정 온도를 250도 이하로 낮추면서 기존 유기용매 방식을 적용해 이미 상용화된 대표적인 폴리이미드 제품과 동일한 수준의 물성을 확보했다.
일반적으로 기존 폴리이미드 소재 제조 공정에는 비점이 높고 독성이 강한 유기용매가 사용된다. 반면 이번 기술은 물을 반응 용매로 사용해 합성 재료의 원가를 10% 이하로 대폭 절감할 수 있다. 또 독성 유기용매 처리를 위한 고비용 증류 회수시설이 필요 없다.
공정에 필요한 전기 소비도 대폭 줄일 수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기존 유기용매 기반 공정에서는 350도 이상의 고온이 필요하지만, 공정 온도를 100도 이상 낮춘 250도의 저온 공정이 가능해짐으로써 전기 사용량을 30% 이상 절감할 수 있다.
화학연구원 측은 이번 기술에 대해 기존 독성 유기용매를 대체하는 친환경 공정을 제시함으로써 폴리이미드 소재의 상업화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고 설명했다.
지엘켐 등 기업들도 화학연구원에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정부가 투자한 연구비로 정부 출연연이 개발한 기술이 민간 기업의 배터리 음극 바인더 및 절연소재로 적용되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셈이다. 연구팀은 배터리 바인더, 절연 코팅, 3D 프린팅 소재 등 다양한 응용 연구를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원종찬·김윤호 박사는 "이번 연구는 환경과 경제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혁신적인 친환경 공정으로, 폴리이미드 소재뿐만 아니라 고성능 고분자 소재의 장기적 발전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에이씨에스 서스테이너블 케미스트리&엔지니어링(ACS Sustainable Chemistry & Engineering, IF : 8.3) 10월호 표지논문과 케미칼 엔지니어링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 IF : 13.4) 7월호에 각각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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