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것과 가는 것이 있다"…카프카 14살 때 쓴 자필 메모 경매에

가장 친한 친구였던 베르크만에게 써 준 것
"현존하는 카프카 글 중 가장 오래된 것"

작가 프란츠 카프카(1883~1924)가 14살 때 작성해 가장 오래된 자필로 추정되는 메모가 경매에 나왔다.


12일(현지시간) dpa통신은 미국 경매업체 본햄스에 1897년 카프카가 작성한 메모가 출품됐다고 보도했다. 본햄스는 가로 13.1㎝, 세로 8.4㎝ 크기인 이 메모에는 독일어로 '오는 것과 가는 것이 있다. 이별 그리고 종종 재회는 없다. 프라하, 11월20일. 프란츠 카프카'라고 적혀 있다고 전했다. 이 메모는 카프카가 학창시절 당시 가장 친한 친구였던 철학자 후고 베르크만(1883~1975)에게 써준 것이다.

프란츠 카프카가 14살 때 쓴 자필 메모. 본햄스 홈페이지, 연합뉴스

프란츠 카프카가 14살 때 쓴 자필 메모. 본햄스 홈페이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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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햄스는 "카프카는 베르크만의 집에서 작가가 되겠다고 선언했다"면서 "열네 살 카프카가 남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글"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매업체는 메모의 낙찰 추정가를 1만~1만5000달러(약 1400만~2100만원)로 보고 있다.

카프카는 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영토였던 현재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태어났다. 유대인인 그는 체코어에 유창했지만, 독일어를 쓰는 프라하 유대인 사회에서 성장해 독일어로 글을 썼다. 대표작으로는 '변신', '심판', '성(城)', '실종자(이후 '아메리카'로 제목 변경)' 등이 있다.


1924년 41세의 나이에 폐결핵으로 사망한 그는 생전에 가장 친한 친구였던 막스 브로드에게 자신의 모든 저작을 태워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브로드는 카프카의 유언을 지키지 않고 여러 작품을 출간했다. 카프카의 작품은 현대 사회 속 인간의 소외와 허무, 실존 등을 다룬 것으로 유명하다.


앞서 지난달에는 카프카의 단편 '첫 번째 시련'의 자필 원고와 편집자에게 보낸 편지가 독일에서 경매에 나와 28만6000유로(약 4억3000만원)에 낙찰됐다. 또 지난 7월에는 국제경매업체인 소더비가 카프카가 친구 알베르트 에렌슈타인에게 보낸 편지에 대한 경매를 영국 런던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경매가는 7만~9만 파운드(약 1억2300~1억5800만원)로 추정됐다.

이 편지를 썼을 당시 카프카는 3년 전 진단받은 폐결핵을 치료 중이었다. 카프카는 이 편지에서 오스트리아 시인인 에렌슈타인에게 "3년 동안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며 "지금 출판된 것은 오래된 것들이며, 다른 작품도 없고 새로 쓰기 시작한 작품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걱정이 내면의 특정 층에 침투해 글을 쓰고 불평하는 것이 중단되었을 때 나의 저항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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