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기다려도 못구하는 수천만원짜리 칩…테크기업들, 엔비디아 탈출의 꿈

엔비디아 '쿠다' 독점 구조에 도전
신중한 전략과 긴 시간 준비 필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월 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국제컴퓨터전시회(COMPUTEX·컴퓨텍스) 사전 행사에서 블랙웰 플랫폼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월 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국제컴퓨터전시회(COMPUTEX·컴퓨텍스) 사전 행사에서 블랙웰 플랫폼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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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독점하고 있는 인공지능(AI)칩 생태계를 탈피하려는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애플은 브로드컴과 함께 자사 생태계에 최적화된 AI 서버 칩 개발에 나섰고, 캐나다 팹리스 스타트업 텐스토렌트는 특정 하드웨어에 종속되지 않는 맞춤형 칩 설계를 시도 중이다. 엔비디아 의존도가 낮아질 경우 반도체 가격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탈(脫)엔비디아 시도에 관심이 집중된다. 다만 엔비디아의 강력한 ‘쿠다(CUDA)’ 생태계와 네트워크를 극복하기 위해선 신중한 전략과 장기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 생태계에서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은 업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애플은 최근 브로드컴과 협력해 AI 연산 처리를 위한 서버 칩 개발에 나섰고 텐스토렌트는 개방형 반도체 설계구조인 '리스크파이브(RISC-V)'를 활용해 특정 기업에 종속되지 않는 맞춤형 설계 칩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엔 리스크파이브 생태계를 넓히기 위해 일본에서 첨단 반도체 설계 수탁 사업을 시작했다.

AMD는 엔비디아 쿠다에 대응해 오픈소스 기반 고성능 컴퓨팅 플랫폼 ROCm을 개발했으며 인텔은 가우디 AI 가속기로 엔비디아 GPU와 경쟁하고 있다. 구글과 아마존도 자사 데이터 센터를 위한 자체 AI 가속기를 구축하며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국내 AI 반도체 기업인 퓨리오사AI는 비용 효율성을 강화한 고성능 AI 반도체 '레니게이드(RNGD)' 출시를 앞두고 있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재편이 시작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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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이런 움직임엔 'AI칩 엔비디아 천하' 현상이 있다. 엔비디아는 단순한 하드웨어 공급자를 넘어 쿠다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쿠다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만 작동하는 독점 기술이다. 이 기술로 개발된 프로그램은 AMD, 인텔, 애플의 GPU에서는 실행되지 않는다. 독점 구조는 기업들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칩 가격을 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엔비디아가 올해 4분기 출시하기 시작한 차세대 제품 B(블랙웰)200 가격은 칩 1개당 4만달러(약 5700만원)로 알려져 있다.


그마저도 제때 구매하기도 어렵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 제품을 가장 많이 구매하는 곳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웹서비스(AWS)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라며 "하지만 이들조차 자금을 선결제하고 주문하더라도 1년 이상 기다려야 하고, 물량도 원하는 만큼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그는 "동시에 엔비디아는 지속해서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있어 어떤 기업이라도 종속에서 벗어나려는 동기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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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급은 기술 지원 부족까지 부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 같은 기업들에는 엔비디아 엔지니어 수백명이 직접 파견돼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지원을 받지만 한국은 엔비디아 본사 관점에서 우선순위가 낮아 기술 지원에서도 소외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SK AI 서밋'에서 "빅테크들 GPU 확보 전쟁 속 우리는 최신 GPU를 접해보기 쉽지 않다"며 "메타나 MS는 H100을 15만개 소유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전체를 다 합쳐도 2000개에 불과하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탈엔비디아 시도가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대세다. 텐스토렌트는 현재까지 약 1억5000만달러 규모 고객 계약을 성사했지만 분기당 수백억달러 수익을 올리는 엔비디아와는 여전히 격차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 외 진영들이 뭉쳤다 헤어지기를 반복하며 생태계 구축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실제 경쟁자로 자리잡기까지는 수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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