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항공사가 공항 운영기업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하늘의 등대'로 꼽히는 전술항법시설(TACAN)을 자체 개발해 국산화·상용화에 성공했다. 고정형, 함정형 모두 확보하며 세계 2대 TACAN 제작사로 등극한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12일 한국공항공사는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함정용 TACAN은 해상 작전 시 군용기가 함정으로 귀환할 때 방위와 거리 정보를 제공하는 핵심 장비다. 공사는 2026년 자체 개발한 고정형 TACAN의 기술을 토대로 3년간 연구 및 개발한 끝에 올해 함정용 TACAN의 국산화와 상용화에 성공했다. 미국 국방 최신기술규격(13종 23개) 국제 인증을 취득해 신뢰도를 검증하고, 정부의 성능적합점검에 합격해 국내외 인증평가를 완료한 것이다.
이로써 공사는 프랑스 탈레스사(社)에 이어 세계 2대 함정용 TACAN 제작사로 등극했다. 현재는 우리나라 해군에 함정용 TACAN을 납품하는 사업 입찰에 참여해 진행 중이다. 2028년까지 방위사업청이 발주 예정인 TACAN 약 30식의 전량 수주(약 300억원 규모)도 노리고 있다. 나아가 1조 7000억원 규모 세계 함정용 TACAN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내 TACAN의 강점은 비슷한 수준의 기술력에도 탈레스 제품의 70% 수준에 공급할 수 있는 '가성비'다. 임성빈 한국공항공사 항행장비사업센터 과장은 "코로나19 거치면서 탈레스가 다른 회사를 인수·합병하면서 독점 구조가 된 이후 장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느리고 유지보수도 힘들다는 고객 불편이 있었다"라며 "공사 제품은 편의성, 대기전력 소모량, 속도 등을 최신 경향에 맞춰 개선했고 가격은 낮췄기 때문에 세계 시장을 충분히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정용 TACAN의 토대가 된 고정형 TACAN의 성과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우선 올해 국내 사천·강릉 공군기지에 최신기술을 적용한 고정형 TACAN을 납품해 연내 준공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2021년 역대 최대로 인도 공군과 해군에 TACAN 33식을 수출한 현대화사업도 준공을 완료해 230억원 규모의 매출을 달성했다. 고정용·함정용 TACAN을 모두 국산화하면서 신속한 하자보수와 장비 조달 등 외산 의존 문제를 해결했다는 평가다.
항행안전장비 설치 사업도 순항 중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우즈베키스탄 항행시설공단에서 발주한 조민·안디잔·코칸드 공항 계기착륙시설(ILS)과 거리측정시설(DME) 등 항행장비를 설치하는 사업에서 프랑스 탈레스와 스페인 인드라 등을 제치고 3연속 수주에 성공했다. 우즈베키스탄 민간공항 13곳 중 3개 공항과 1개 군 공항에 수출을 확정하면서 우즈베키스탄 거점으로 중앙아시아 항행장비 수출 시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인도네시아의 신수도에 새로 건립되는 누산타라VVIP 공항에도 관련 기술을 수출하기로 했다.
그동안 공사는 페루와 피지, 인도네시아 등 해외 28개국에 TACAN과 DME 등 총 274식을 수출해 약 532억원의 수입을 창출했다. 튀르키예는 24개 공항에서 공사의 ILS를 설치·운영 중으로 시장점유율이 40%에 달한다.
이정기 한국공항공사 사장직무대행은 "공사는 공항운영자로서 항행장비를 직접 개발하는 세계 유일한 기업으로서 글로벌 방위산업시장에서 한국 방산 산업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연구개발(R&D) 역량을 지속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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