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주식시장에서 11일(현지시간) 나스닥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2만선을 돌파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에 부합하자 투자자들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이달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며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랠리가 펼쳐졌다. 테슬라는 6%가량 뛰며 3년 1개월 만에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순자산은 역사상 처음으로 4000억달러(약 572조원)를 돌파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47.65포인트(1.77%) 상승한 2만34.89에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지수가 2만달러를 돌파한 건 사상 처음이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49.28포인트(0.82%) 오른 6084.19,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99.27포인트(0.22%) 내린 4만4148.56에 거래를 마쳤다.
종목별로 대형 기술주가 일제히 상승했다. 테슬라는 전 거래일 대비 5.93% 급등한 주당 424.77달러에 마감해 역대 최고치를 돌파했다. 기존 최고가였던 409.97달러(2021년 11월4일 종가)를 3년 1개월 만에 갈아치웠다. 이날 블룸버그는 테슬라 주가 상승과 머스크가 세운 또 다른 회사인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 상승으로 머스크의 순자산이 4392억달러(약 628조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전 세계에서 순자산이 4000억달러를 넘은 인물은 머스크가 처음이다. 인공지능(AI) 대장주인 엔비디아는 3.14% 뛰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5.46% 올랐고 아마존과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는 각각 2.32%, 2.16% 올랐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1.28% 상승했다.
빅테크 랠리의 동력은 시장 예상에 부합한 인플레이션 지표, 이로 인한 이달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었다. 이날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CPI는 전월 대비 0.3%, 전년 동기 대비 2.7% 올랐다. 지난 10월 상승률(각각 2.6%·0.2%)보다는 0.1%포인트씩 올랐으나 모두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3.3% 올랐다. 10월 상승률, 시장 예상치와 모두 일치했다. 광범위한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하락) 추세는 멈췄지만 지난달 물가가 크게 튀어오르지 않으면서, 월가는 Fed가 이달 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가능성을 확실시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Fed가 오는 17~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98.6% 반영하고 있다. 일주일 전 78.1%, 전날 88.9%에서 상승했다.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1.4%다.
프린시플 에셋 매니지먼트의 시마 샤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이날의 인플레이션 보고서는 Fed가 다음 주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확인해 준다"면서도 "근원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아 물가 압박은 Fed가 완전히 안심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월가에서는 Fed가 이달 스몰컷(0.25%포인트 금리 인하)을 단행한 뒤 내년 1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이달 금리를 내려도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인하'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을 비롯해 통화정책 당국자들은 미 경제가 여전히 견조해 금리 인하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한 후 관세 인상, 불법이민 금지, 감세 공약을 이행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Fed가 통화완화에 신중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투자자들은 하루 뒤인 12일 발표될 1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를 대기하고 있다. 도매 물가인 PPI는 지난달에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2.5% 올라 상승폭이 지난 10월(0.2%·2.4%)보다 확대됐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채 금리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5bp(1bp=0.01%포인트) 오른 4.27%,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1bp 상승한 4.15%선에서 움직이는 중이다.
한편, 월가 일각에선 뉴욕증시가 거품 수준에 이르렀다는 경고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지금 당장 거품이 꺼지는 것은 아닐지라도 뉴욕증시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역사적인 고점으로 올라 향후 수익률 저하로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내년 뉴욕증시가 약세장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BCA리서치는 소비 둔화와 고용 약화 등을 근거로 내년 뉴욕증시가 약세장에 진입할 것이라며 증시 낙폭이 35%에 이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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