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보험 부문 대표 브라이언 톰슨 최고경영자(CEO)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루이지 만조니가 체포 당시 보험업계에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는 선언문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0일(현지시간) 뉴욕 경찰청 내부 보고서 등을 인용한 미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만조니는 체포 당시 3쪽 분량의 선언문을 소지하고 있었다.
해당 문서에는 "솔직히 말해서 이 기생충들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문구가 포함돼있었다. 또 단독 범행임을 언급하면서 "갈등과 트라우마를 일으킨 것을 사과한다. 하지만 해야만 했던 일이었다"라고 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내부 보고서에서 만조니가 톰슨 CEO 살해를 의료산업의 부패와 파워 게임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으로 봤다고 평가했다. 또 그가 자신을 일종의 영웅으로 여기고, 불의에 대해 행동하기로 결심한 것 같다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만조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기술문명을 반대하며 폭탄 테러범이 된 '유나바머'(Unabomber) 테드 카진스키를 칭송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조지프 케니 뉴욕경찰청 수사국장은 만조니에 대해 "'코퍼레이트 아메리카'(Corporate America)에 악의를 품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코퍼레이트 아메리카는 미국의 대기업 또는 미국의 자본주의 경제질서를 가리키는 말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상에는 만조니를 향한 응원이 잇따르고 있다. 니시칸 악판 글로벌 헬스 편집장은 이 같은 찬사는 보험 업계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비영리 의료연구재단 커먼웰스 펀드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근로 연령대 미국 성인 5명 중 2명은 높은 공제금과 본인 부담금으로 인해 의사 방문과 처방전 작성을 미루고 있다. 또 3분의 1은 의료비 또는 치과 치료비로 인해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대해 보험 업계가 오랜 분노의 물결에 직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오바마케어(ACA) 도입 이후 보험료 지급 규정이 변화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저소득층 의료보험 가입을 위해 실시된 이 법안은 보험 업체가 기존 건강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가입 신청을 거부하는 것을 금지했고, 이에 보험 업계가 비용 절감을 위해 필요한 치료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거나 지급 규정을 까다롭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신시아 콕스 건강 연구 비영리 단체 KFF 부대표는 "의료비가 높은 근본적 이유를 해결하기 위해 큰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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