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 집단 불참하자 시민들의 분노가 여당의 지역구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근조화환 배달, 트럭 시위, 계란 투척, 항의 전화 등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10일 아시아경제가 서울 소재 국민의힘 국회의원 지역구 사무실 11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9곳에 근조화환이 배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도봉구의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는 근조화환과 함께 쓰레기가 놓였다. 일부 시민들은 사무실 인근에 계란을 투척했다. 항의 수위가 거세지자 사무실 상주 인원을 비우고 서울 도봉경찰서에 도움을 요청했다.
지난 8일에는 김 의원의 자택 앞에 흉기와 탄핵을 촉구하는 손팻말이 발견되면서 신변 보호 강화도 이뤄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무실 앞의 순찰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며 "다만 (의원실에서) 사건 처리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별도로 수사를 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의 조정훈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는 트럭 시위가 이어졌다. 트럭 전광판을 통해 '탄핵 표결장을 떠나는 순간 마포구민의 마음도 떠났다'는 문구가 반복해서 표출됐다. 사무실 출입문 앞에는 근조화환이 있었다. 시민들이 계속해 계란을 투척하면서 의원실 관계자들은 건물 청소에 애를 먹고 있다.
서울 서초구의 신동욱 의원 사무실 앞에는 8개의 근조화환이 놓였다. 화환에는 '탄핵 찬성으로 사죄하라', '서초구민 대리 자격을 박탈한다' 등의 장식 문구가 달렸다. 각 지역구 사무실은 쏟아지는 항의 전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의원실 관계자들은 "숨 쉬듯이 시민들에게서 전화가 온다"며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근조화환, 트럭 시위 등은 대중의 분노 표출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평가된다. 허창덕 영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시민들이 피켓을 들거나 머리띠를 두르는 방식으로 항의를 했다면 최근에는 근조화환 등을 통해 의사 표현을 하고 있다. 의사 표현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현상"이라면서도 "흉기를 두거나 계란을 던지는 등 물리적 형태로 가다 보면 협박에 해당하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용인한다고 위해를 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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