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10일 추경호 전 원내대표의 사퇴 공백을 메우고 야당과 직접 협상을 맡을 새 원내대표 선출 절차에 돌입했다. 친윤계가 다수 포진된 중진 의원들은 원조 친윤 권성동 의원을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고, 친한계는 반대하고 있어 여권 내 갈등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5시까지 신임 원내대표 후보 등록 접수를 한다. 당헌·당규에 따라 새 원내대표 선거는 오는 12일 오전 10시로 정했고, 국회 예결위원회 회의장에서 진행된다. 신임 원내대표 선출 때까지는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가 대행을 맡는다.
앞서 추 전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폐기된 직후 원내대표직을 사임했다. 전날 중진 의원들이 만류했지만 "새 원내대표 선출 절차를 조속히 진행해달라. 의원들의 힘과 지혜를 당 대표 중심으로 모아주기를 바란다"며 입장문을 내고 사퇴 의사를 굳혔다.
아직 표결과 추대 중 아직 의견 합치를 보지 못해 이날 의원총회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후보자가 1명일 경우 경선 없이 추대 방식으로 선출된다.
비상계엄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정국에서 특검, 예산안을 두고 야당의 공세가 이어지는 위기 상황에서 당을 수습하고 대야 협상을 맡을 원내대표에 어떤 인사가 선출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퇴진과 맞물려 보수진영의 권력 지형이 개편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친윤계와 친한계의 세력 대결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권성동·나경원·윤상현(5선), 김도읍(4선), 김성원·성일종·송석준(3선) 의원 등 중진의원들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원내대표 경험이 있는 의원 가운데 윤재옥 의원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완강히 고사했다. 김도읍 의원 측도 아시아경제에 김 의원이 원내대표에 출마할 뜻이 없다고 전했다.
친윤계 의원들이 다수 포진된 중진들 사이에서는 권 의원에 대한 원내대표 추대 움직임도 있으나 친한계 중심으로 원조 친윤인 권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현재 정국을 수습할 수 있겠냐는 반발이 나온다.
당사자인 권 의원은 이날 오전 중진회의를 마치고 국회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중진의원 전부는 아니고 다수 의원들께서 어려운 상황에 그래도 경험이 있는, 원내대표 경험이 있는 제가 원내대표가 돼서 어려운 당 상황을 잘 조정하고 의원들의 심부름꾼이 되라는 말씀을 주셨는데 아직까지 결정을 못 했다. 좀 더 많은 의원들 의견을 들어서 등록 여부를 결정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나경원 의원은 "중진 의원들의 생각은 지금은 굉장히 위중한 상황이라서 적어도 원내대표의 경험이 있어서 바로 지금 여러 가지 복잡한 현안을 풀어가야 될 사람이 할 수 있지 않느냐 이런 이야기들이 논의됐다"며 "그런 의미에서 권성동 의원이 적절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장으로 이동하다 만난 기자가 '권 의원 추대 분위기에 대한 입장'을 묻자 "중진회에서 결정할 수 있는 거 아니고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중진회의에서 권 의원 추대에 반대한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도 "우리가 너무 좀 안이하게 생각을 할 수도 있다는 그런 국민적 비판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원내대표 문제보다는 대통령의 거취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하다. 그게 더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배현진 의원도 '중진회의에서 권 의원 추대 이야기가 나왔다'고 기자가 말하자 "중진 선배님들의 의견이시니까. 그런데 우리가 중진의 힘은 아니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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