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구개발 분야는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지 않도록 하는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했다. 계엄령 사태에도 불구하고 경제 정책은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치 상황이 혼란한 만큼 법안이 예정대로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획재정부는 R&D 분야 예타 폐지 이행을 위해 국가재정법과 과학기술기본법의 개정안을 1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개정안은 국가연구개발사업과 연구개발 수행에 필수적인 건설공사를 예타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골자다. 그간 R&D는 예타에 평균 2년 이상이 걸려 속도감 있는 투자가 어렵고, 불확실성이 큰 특징 탓에 예타 제도로 적절한 평가가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정부는 지난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예타제도 폐지 방안을 밝힌 바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과학기술기본법을 개정해 R&D 부문에 맞춤형 심사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R&D 요소가 없는 단순 장비구입이나 구매조달 사업은 한 번에 심사하고, 실패할 계획이 크거나 도전적인 사업은 추진 계획에 따라 나눠서 평가하는 식이다. 이정수 과기부 연구개발타당성심사팀장은 “기존에는 예타를 통과해야만 선행기술 개발을 할 수 있었다”며 “어느 정도 선행기술이 성숙된 다음에 (심사를) 진행하도록 (제도를) 합리화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와 과기부는 이달 중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만약 2025년 상반기까지 법 개정안이 국회 심사를 통과하면 다음 해 하반기 새로운 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예정대로 개정안이 통과될지는 불투명하다. 지난 3일 비상 계엄령 사태 이후 국회 상황이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관련 소관위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경색국면이다. 개정안에 대한 공감대는 여야 의원들 사이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윤 대통령 탄핵안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강하게 맞부딪히고 있다. 지난 9일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장 탄핵안건을 놓고 고성을 주고받았고 여당 의원들이 퇴장하며 파행을 겪었다.
정부는 경제정책은 국회 상황과 무관하게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우리 경제의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정부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민생을 챙기고 국민과 기업을 위해 법령을 고치고 필요한 사업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각종 연말 행사나 기존 업무도 애초 일정대로 진행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두 개정안이 통과된 국무회의는 지난 3일 비상 계엄령 사태 이후 첫 국무회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비상 계엄령 선포를 위해 국무회의를 소집했고, 지난 4일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8일 오후 2시 임시 국무회의를 열 방침이었지만, 돌연 비공개 ‘국무위원 간담회’로 형식을 바꿨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