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 줄취소' 주말 매출 '제로'…안갯속 탄핵 정국, 유통가 비상

소상공인 중심 서비스업부터 타격
백화점·마트·호텔 등 연말 특수 노심초사
정국 불안 장기화 조짐…컨트롤타워 부재 우려도

"주말 장사를 완전히 망쳤습니다. 기존 예약 취소는 물론이고 워크인 손님(사전 예약 없이 당일 직접 방문하는 이용객)도 전혀 없어 썰렁했어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이 진행된 지난 7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참가하기 위해 시민들이 국회를 향해 운집하고 있다 . 허영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이 진행된 지난 7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참가하기 위해 시민들이 국회를 향해 운집하고 있다 . 허영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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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의 대표적인 핫플레이스로 부상한 용산구 용리단길에서 소고기 전문점을 운영하는 40대 점주 A씨는 최근 맞닥뜨린 가게 상황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집회 등으로 정국이 요동친 이후 첫 주말인 지난 7일은 사실상 하루 매출이 '제로'였다며 하며 답답함을 호소한 것이다.

A씨 매장은 인근에 대통령실과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등 정부 기관이 몰려 있어 평소 정관계 인사들의 예약이 많은 곳이다. 송년회 등으로 연말까지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으나 이번 사태로 관가 중심의 예약 수요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고 한다. A씨는 "인근 기업체의 예약은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 '탄핵소추안을 매주 발의하고 표결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어서 이마저도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며 "손님이 뚝 끊길 것을 걱정하는 자영업자들의 불안감이 상당하다"고 짚었다.


이 같은 우려는 소상공인 중심의 서비스 업종을 넘어 유통가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정국 비상에 따른 대규모 집회가 장기화할 경우 민간 소비심리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호텔, 뷰티 등 관련 업종에서 지난 3~4일 비상계엄 소동 이후 연말 판매량 추이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한파가 시작되면서 아우터 판매량이 늘고 주말 사이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소폭 반등하는 등 아직까지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도 "모임이나 선물 구매 수요가 많은 연말 시즌에 정치권 상황이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양상이어서 조심스러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불러온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때도 백화점들은 정치적 불확실성의 여파로 일시적인 연말 소비 위축 현상이 나타났다. 국회에서 탄핵안 표결이 이뤄진 그해 12월9일을 앞두고 11월17일부터 12월4일까지 진행한 정기세일 기간 백화점 업계는 6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대표적으로 롯데백화점의 관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7%, 현대백화점은 1.2% 각각 감소했다.

당시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기 직전인 그해 10월 102에서 11~12월 95로 떨어졌고, 이듬해 1월에는 93.3까지 하락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들의 경기 상황을 판단하는 지표로 지수가 100 이하로 내려가면 경제 전반에 대한 소비자 기대심리가 부정적이라는 뜻이다. 다만 이때는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가결되고, 헌법재판소가 이를 인용하기까지 약 3개월 정도 소요되면서 일시적으로 위축됐던 소비심리도 U자형으로 비교적 빠르게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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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에서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민간 소비심리도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본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이벤트가 몰린 12월에는 이용객들도 어렵게 잡은 예약을 취소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당장은 큰 변화가 없다"면서도 "정국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내외국인 단체 행사가 취소되는 등 투숙객 수요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국내 정세의 불확실성 문제로 환율이 상승하면 해외에서 물건을 구매해 달러로 대금을 지급하는 해외소싱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결제 시점에 따라 시차를 두고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경제성장률과 대외 여건이 이전보다 녹록지 않아 과거 참여정부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번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 이후 유통업계가 당장 매출 등에 큰 영향이 없다고는 하지만 이미 내수 침체가 지속되고 있어서 두드러지지 않는 것"이라며 "불확실한 정국이 장기화할 경우 소비자들은 씀씀이를 더 줄이고, 온라인 중심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찾는 경향이 짙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환율의 영향을 받는 제조사들이 원자재 값 인상 등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추가로 올릴 가능성도 있다"며 "결국 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춘 국정 운영이 절실한데, 컨트롤타워 역할을 어떻게 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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