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법조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비상계엄 선포가 실질적인 측면에서나 절차적인 측면에서 헌법과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현재의 국내 상황을 국가적 위기로 규정, 헌정질서 수호를 내걸고 계엄을 선포했다가 국회의 해제요구에 따라 6시간여 만에 계엄을 해제한 윤 대통령에게 내란 혐의 적용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헌법 제77조 1항은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라고 비상계엄을 규정하고 있다.
즉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위해서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발생'이라는 상황과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라는 목적 등 실질적 요건은 물론 국회 통고 등 절차적 요건이 구비돼야 한다.
전날 윤 대통령은 야당이 무리한 탄핵 시도로 사법부와 행정부 등 국가의 본질 기능을 훼손하고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있다는 등 이유를 들어 대통령의 국가긴급권을 발동, 계엄을 선포했지만 헌법상 요건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 교수는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에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고, 계엄을 선포할 때는 공고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그런 절차들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계엄사령부의 포고령 발포 절차 역시 순서가 뒤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포고령 내용을 보면 '국회와 지방의회의 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때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는 건 정부나 법원의 권한이지 국회의 권한이 아니다. 이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덧붙였다.
헌법 제77조 3항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역시 이날 새벽 성명을 통해 대통령 스스로 비상계엄을 즉시 해제할 것을 촉구하면서 "과연 지금의 상황이 헌법이 말하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인지 우리는 말로써 대통령을 반박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도 이날 성명을 내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에 위배되는 권한 행사"라며 "비상계엄 선포 사유로 설명한 국회의 탄핵소추 등은 비상계엄 선포 요건이 안 된다는 점이 헌법과 법률 해석상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윤 대통령에게 내란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법조계 내에서도 엇갈린 의견이 나온다. 만일 윤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그 자체로 헌법 위반, 내란에 해당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김 교수는 "국회나 지방의회의 활동을 정지시키는 건 헌법기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이고 헌법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기 때문에 유신 때의 쿠데타나 마찬가지"라며 "만약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에도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지 않았다면 이는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내란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전원 교수는 "헌법상 요건에 맞지 않는 계엄령을 선포한 것 자체가 헌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인섭 서울대 법전원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계엄사령부 포고문에 국회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규정한 것과 실제 국회의 해제 요구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군대가 동원돼 국회 유리창을 깨고 국회로 진입하고 경찰이 국회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막은 것은 내란죄에 해당하며 대통령의 탄핵 사유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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