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규태 감독이 해석한 '트렁크'..."계약결혼에 사랑의 가치 담아"

우블·그사세 감독이 연출한 넷플릭스 '트렁크'
"정서적 불균형 의도한 것…호기심 느껴 도전"

김규태 감독. 넷플릭스 제공

김규태 감독.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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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사는 세상'(2005) '그 겨울, 바람이 분다'(2013) '괜찮아, 사랑이야'(2014)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2016) '라이브'(2018) '우리들의 블루스'(2022). 많은 시청자가 인생작으로 꼽는 드라마 여러 편을 연출한 김규태 감독은 팬데믹 이후 시장이 변화하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와 손잡고 멜로 시리즈 '트렁크'를 연출하며 도전에 나섰다.


최근 공개된 '트렁크'에 다양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독특한 분위기의 미스터리 멜로가 낯설다는 반응과 신선하다는 평가로 나뉜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은 “고유의 분위기를 잡기 위해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서의 묘한 불균형, 부딪히면서 반대되는 정서가 나온다.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불편하고 낯섦. 안 좋은데 끌리는 모순적인 언밸런스한 정서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온라인상 반응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는 김 감독은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묘하게 중독되는 드라마”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도 처음 연출을 제안받고 대본을 봤을 때 등장인물의 심리가 온전히 이해되진 않았다. 형체는 보이지만 본질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자연스럽게 커튼이 걷히면서 들여다보게 하는 힘과 호기심을 느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연출자로서 늘 새로운 작품을 다른 방식으로 작업하고 싶다”면서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협업을 통한 시너지가 일어나야 가능한 데 ‘트렁크’는 배우, 제작진의 호흡이 좋았다”고 말했다.

'트렁크' 스틸. 넷플릭스 제공

'트렁크' 스틸.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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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불호 갈리지만…"프랑스 반응 인상적"

‘트렁크’는 1년 기간제 계약 결혼으로 맺어진 두 남녀가 서로를 가만히 위로하고, 결국에는 구원하는 이야기다. 계약 결혼이란 소재에 대해 김 감독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보편적 가치를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사랑이, 사람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가치를 알아 달라”고 했다.


작품은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글로벌 OTT 플랫폼과 첫 작품인 김 감독은 “해외 반응이 바로 나와서 흥미로웠다”고 했다. 그는 “프랑스 시청자들의 반응이 재밌었다. 편견 없이 작품을 보는 느낌이랄까. 작품의 톤앤매너가 인상적이란 반응이 마음에 든다. 특히 주연배우 연기력에 대한 호평이 많아 고맙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트렁크’를 통해 외로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다고 했다. 김 감독은 “등장인물 대부분 비정상적이고 건강하지 않다. 외롭고, 안쓰럽다. 인간은 서로 관계를 맺으며 외로움을 치유하고 극복해가는 데 비뚤어진 관계성도 존재하지 않을까. 외로움을 건강하게 받아들이려면 자존감이 높고 자기애가 있어야 한다. 자칫 잘못된 방식으로 극복하면 스스로 피폐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는 사람의 입장과 심리에 따라 재미를 느끼는 지점도 다를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 감독은 배우 공유, 서현진과 ‘트렁크’로 첫 호흡을 맞췄다. 연출을 결심하게 된 데 두 배우가 작품 출연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그는 “두 배우의 연기에는 상대방을 돋보이게 하는 힘이 있다. 공유는 정확하고 똑 부러지면서 날카로운 면모가 잘 보였다. 타고난 감각으로 소화해 시청자를 설득하는 타고난 배우다. 서현진은 직관적이다. 촬영장에서 ‘칸 영화제 갈 것 같다’고 칭찬했다”고 말했다.

김규태 감독. 넷플릭스 제공

김규태 감독.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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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우리들의 블루스'

2년 전 방영돼 큰 인기를 끈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차승원·이정은이 ‘트렁크’에 특별출연했다. 김 감독은 “회식할 때 우연히 차승원한테 전화했는데 ‘나는 거기에 왜 없지? 아무거나 하나 나올 수 있지 않냐’는 말이 고마웠다. 캐스팅이 모두 끝난 상태라서 고민하다가 단역배우가 할 수 있는 작은 역할을 조심스럽게 제안했는데, 흔쾌히 수락해줬다. 거절할 줄 알았는데, 한 장면밖에 없어 아쉬웠지만 와서 잘해줬다. 드라마 때 좋았기에, 촬영을 빌려서라도 추억을 나누고 싶었다”고 했다.


필모그래피 중 OTT 콘텐츠나 극장 영화로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확장판을 찍는다면 어떤 작품이 좋겠냐고 묻자 ‘우리들의 블루스’를 꼽았다. 김 감독은 “작품을 쓴 노희경 작가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드라마를 구성했는데, 각 에피소드를 한 편의 영화로 만들고 싶어서였다.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전하는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답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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