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석유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상대로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거래를 재개하라는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서 석유업계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대선 조작 혐의를 이유로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가했던 정책을 철회하고, 베네수엘라산 석유를 들여오는 거래를 통해 값싼 에너지 확보와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 감소를 도모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해당 로비는 공화당의 주요 기부자이자 에너지 사업가인 해리 서전트 3세와 같은 석유업계 인사들과 채권 투자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서전트 3세가 설립한 플로리다주 에너지 회사 ‘글로벌 오일 터미널즈’는 최근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과 가까운 팜비치 항구를 통해 베네수엘라산 아스팔트를 수입했다. 이는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에 부과한 석유 제재 이후 처음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일부 미국 기업이 베네수엘라와의 거래를 재개할 수 있도록 허가한 덕분에 가능해진 일이다.
글로벌 오일 터미널즈의 창립자 아들인 해리 서전트 4세는 "베네수엘라의 고품질 저가 아스팔트를 미국으로 다시 수입하게 된 것은 미국 납세자들에게도 이득"이라며 "제재로 인해 베네수엘라산 석유가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 중국 경제를 도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베네수엘라와의 거래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 같은 적대국의 영향력을 견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제재 기간 석유 자원이 풍부한 베네수엘라에서 경제적 입지를 강화해왔다. 일부 경제학자와 전직 외교관들은 미국의 경제 제재가 마두로 정권을 무너뜨리지 못했을 뿐 아니라, 베네수엘라 경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해외 이민을 가속화했다고 지적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올해 7월 대선에서 승리를 선언했으나, 바이든 행정부는 개표 부정을 이유로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마두로 대통령과 협력한다면, 미국의 민주주의 회복 목표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내에서는 마두로 정권이 미국에 석유를 공급할 경우, 미국발 불법 이민자 강제 추방 항공편을 수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마두로 정권과 협상했으나 결렬된 사안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과의 관계 개선 의사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최근 TV 연설에서 "트럼프의 첫 임기 때는 관계가 좋지 않았지만, 이제는 새로운 시작이다. 상호 이익을 추구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WSJ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인사 구성을 고려할 때, 베네수엘라 정책이 크게 바뀔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마두로 정권과 중남미의 권위주의 정권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장해 온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으로 지명했다.
또한,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과거 베네수엘라 야당을 지원하며 마두로 대통령의 낙선을 도왔으며, 마이크 월츠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는 베네수엘라와의 새로운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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