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산책]수묵별미: 한·중 수묵채색화의 과거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중국미술관 공동기획전
한·중 대표 근현대 수묵채색화 148점 조망
中국가문물국 1~3급(국보급) 명작 32점 소개

한국과 중국의 근현대 수묵채색화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중국미술관 ‘수묵별미: 한·중 근현대 회화’ 전시전경. [사진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MMCA) 중국미술관 ‘수묵별미: 한·중 근현대 회화’ 전시전경. [사진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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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MMCA)은 서울 중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중국미술관과 공동기획으로 ‘수묵별미: 한·중 근현대 회화’를 28일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두 나라의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수묵 예술의 정수를 선보이기 위해 기획됐다. 양국 유일의 국가 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과 중국미술관이 소장한 대표 근현대 수묵채색화 총 148점을 한 곳에서 조망하는 전시다.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2022년에 열릴 예정이던 전시는 코로나19로 연기되었다가 올해 한국에서 먼저 개막한다.


이상범의 '초동' [사진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이상범의 '초동' [사진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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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한국과 중국 편 2부씩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양국 수묵화의 예술적 독창성과 변화 과정을 탐구한다. 한국화 첫 번째 부문에서는 이상범, 이응노, 박래현, 장운상 등 20세기 초부터 1970년대에 이르는 한국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이 작품들은 수묵화가 전통을 어떻게 이어받으며 재해석됐는지를 조명하며, 관람객은 수묵화가 지닌 문화적 맥락과 예술적 의미를 깊이 이해할 수 있다.


한국화 두 번째 부문에서는 김선두, 유근택, 이진주 등 현대 작가 작품을 통해 수묵화가 어떻게 현대적 조형성과 새로운 매체를 활용해 확장됐는지를 살펴본다. 이들 작품은 전통의 경계를 넘어 현대 미술의 흐름 속 수묵화가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지를 보여준다.

중국 화가들의 작품은 문화적 전통과 혁신을 동시에 담아낸다. 중국화 첫 번째 부문에서는 우창숴, 쉬베이훙 등 중국 근대미술 100년을 대표하는 수묵 대작들이 전시된다. 이들 작품은 중국 국가문물국에서 지정한 1~3급 문물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고품격 컬렉션이다.


쉬베이훙의 '전마' [사진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쉬베이훙의 '전마' [사진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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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밍저, 쑤바이쥔 등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중국화 두 번째 부문에서는 혁신적인 수묵 작품들을 통해 전통적인 수묵화가 현대 미술의 맥락에서 어떻게 새롭게 해석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전시 공간 구성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과 중국 작품을 나란히 배치해 동아시아 미술의 공통된 재료와 기술 속에서도 각국이 가진 미적 차이를 관람객이 직접 비교할 수 있게 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러한 배치는 관람객이 수묵화의 다양성을 느끼고, 각 작품의 독창성을 더욱 깊이 이해할 기회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이응노의 추상적 필선과 쉬베이훙의 사실적 구도는 같은 수묵화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미적 경험을 선사한다.

김아영 ‘옥인동’ [사진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김아영 ‘옥인동’ [사진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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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의 ‘옥인동’과 서정태의 ‘언덕 위의 빨간 집’은 현대 수묵화가 전통적인 재료와 기법을 기반으로 얼마나 유연하게 확장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작품들은 독창적인 형식과 새로운 재료를 통해 현대적 감각을 수묵화에 스며들게 하며, 동시대 미술의 맥락 속에서 수묵화가 갖는 가능성을 탐구한다.


반면, 중국의 링펑몐은 독창적인 구도와 혁신적인 표현 방식으로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허물며, 한국 화가들에게도 깊은 영향을 끼쳤다. 그의 작업은 동아시아 전통 예술의 뿌리를 유지하면서도 관람객에게 새로운 시각적 체험을 선사하는 동시에 수묵화의 확장된 세계를 제시한다.


수묵화는 그림을 넘어, 물과 먹의 조화 속에서 자연과 인간의 본성을 담아내는 예술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영찬의 실경산수 ‘구미정’과 쉬베이훙의 ‘전마’가 이런 본질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이영찬의 작품은 실제 풍경을 담아내며 자연의 경외감을, 쉬베이훙의 작품은 간결한 필선으로 역동성과 생명력을 전달한다.

리커란 '용수와 물소' [사진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리커란 '용수와 물소' [사진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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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 변화를 넘어 전통적 가치와의 대화도 돋보인다. 천경자, 황창배 등 한국 여성 작가들이 채색화를 통해 남다른 감수성과 조형미를 표현했다면, 중국의 랴오빙슝은 '자조'를 통해 문화대혁명 시기 사회와 자신의 내면적 성찰을 시도하며 관람객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한다.


이번 전시는 국제 학술대회, 워크숍, 큐레이터 토크, 작가와의 대화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이 수묵화의 예술적 가치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한·중 양국의 문화예술 협력을 확대하고, 전시 연계 워크숍과 국제학술대회 등을 통해 연구와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내년 2월 16일까지 진행한 뒤, 내년 중국에서 순회 전시를 이어갈 예정이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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