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과 멕시코, 캐나다에 '관세 폭탄'을 예고하자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보복 관세로 맞대응에 나설 뜻을 시사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기조 아래 관세 압박에 나서면서 상대국의 보복 조치를 부르는 등 글로벌 무역전쟁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통상정책을 이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트럼프 1기에서 USTR 대표를 지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의 비서실장 출신인 제이미슨 그리어를 지명하면서 재무·상무장관 인선과 함께 관세를 무기로 무역전쟁을 치를 경제팀 진용을 갖췄다. 그리어는 무역정책에 있어 '강경 매파'로 한국 정부가 도입을 추진했던 플랫폼법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26일(현지시간) 셰인바움 대통령은 "한 쪽에서 관세가 부과되면 이에 대한 대응으로 또 다른 관세가 부과되고 결국 기업들을 위험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둔 미국계 자동차 기업들을 거론했다. 그는 "멕시코의 주요 수출 기업으로는 80년 전 국내에 들어 온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포드가 있다"며 "왜 그들을 위험에 처하게 할 관세를 부과해야 하느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미국과 멕시코에 인플레이션과 고용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전날 트럼프 당선인이 멕시코에 대한 관세 인상 계획을 밝히자 보복 대응을 시사하는 차원에서 나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내년 1월20일 취임 첫날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 멕시코와 캐나다에 각각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불법 이민자 유입에 대처가 미흡하고, 중국은 펜타닐 유통 단속에 소극적이란 점을 문제 삼았다.
중국도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인상 예고에 반발했다. 류펑위 주미 중국 대사관 대변인은 전날 "무역·관세전쟁에선 아무도 이길 수 없다"고 밝혔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경우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위협 직후 그와 통화해 접점을 찾는 데 집중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전날 예고한 대로 2기 행정부 통상 정책의 최우선 타깃으로는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과 중국이 꼽힌다.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 3국은 2026년 USMCA 이행 사항을 검토할 예정인데, 이를 앞두고 트럼프 당선인이 선제적으로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 인상을 예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USMCA가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를 감소시키고, 중국의 대미 우회 수출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고 본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카드가 무역적자 해소는 물론 불법이민 등 국가 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 레버리지'일 수도 있으나 실제 이행될 경우 교역 상대국의 보복 관세 도미노를 불러 글로벌 무역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승과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코넬대의 에스와르 프라사드 무역정책학 교수는 "트럼프의 발언은 미국 보호무역주의의 시작을 분명히 알리는 것으로 이는 많은 미국의 교역 상대방을 그 (똑같은 보호무역의) 범위로 끌어들일 것"이라며 "관세는 미국뿐 아니라 국제무역에서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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