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요, 공장 천천히 지을게요"…삼성 등 K-기업 관세 폭탄에 '비상'

멕시코·캐나다에 25% 부과
현지공장 건설 속도조절
설비 프로젝트 반입조율
가동 시점 지연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밝힌 멕시코와 캐나다산 25% 관세 부과 방침에 우리 기업들의 현지 공장 건설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국가는 무관세로 미국시장에 진입할 수 있어 주목받았는데 관세 폭탄이 현실화할 경우 생산시설을 갖추는 게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들은 공장 건설 속도와 설비 프로젝트 반입 일정을 조율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초 예상했던 공장 가동 시점이 뒤로 밀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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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코트라(KOTRA)에 따르면 멕시코와 캐나다에 법인을 설립하거나 사업을 운영 중인 우리 기업은 224곳에 달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삼성전자 의 멕시코 케레타로 가전 공장과 LG전자 의 멕시코 티후아나 TV 공장이 있다.

특히 트럼프 관세 정책으로 현재 공장을 건설 중인 업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업계와 코트라에 따르면 멕시코에서는 삼성전기 , LG이노텍 (전장 사업), 두산밥캣 (건설장비), 포스코인터내셔널 (구동모터코어), LS전선(대용량 전력 배전 시스템) 등이 공장을 짓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SK온이 에코프로비엠 및 포드와 함께 배터리 양극재 공장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이미 공장 건설 속도조절(슬로 다운)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법인만 설립했고 공장 착공은 들어가지 않은 상태다. 멕시코 티후아나를 전장용 카메라 모듈 거점으로 삼아 북미 주요 고객 납품을 서두른다는 경영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LS전선도 내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했던 멕시코 케레타로 버스덕트(대용량 전력배전시스템) 공장 건설 속도를 늦출 방침이다. 지난 8월 이미 착공에 들어간 만큼 사업 모델 자체를 수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건설 속도가 더뎌지는 것은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관세 정책 실행 가능성이 있어 불가피하게 (멕시코) 프로젝트 속도를 조절할 상황"이라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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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기업들은 멕시코·캐나다 현지 생산을 유지하는 쪽과 미국 등 인근 지역 생산량을 늘리는 쪽을 두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멕시코, 캐나다에 부지를 선정한 기업들의 주 고객도 미국 업체들이다. 이들 기업으로서는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를 활용해 생산비를 줄인다는 전략이었는데 관세가 올라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소형로더 생산 공장을 신설 중인 두산밥캣, 구동모터코어 2공장을 짓는 중인 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이 대표적이다.


SK온,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현지 업체와 조인트벤처(JV)를 세우고 미국 공장과 캐나다 공장을 가동해 북미 고객 영업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는데, 고율 관세가 현실화하면 차질이 불가피하다. SK온은 에코프로비엠-포드와 배터리 양극재 공장을, LG에너지솔루션은 스텔란티스와 합작사를 세우고 캐나다에 투자했다. 이들 기업은 각각 미국 인디애나와 미시간 등에 생산 기지를 확보한 만큼 미국 내 생산을 늘릴 가능성도 따져보고 있다.


트럼프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현지 사업 속도를 유지하는 기업도 있다. LG이노텍은 미국 내 자율주행차 시장 확대 등 호재가 더 클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생산설비 구축이 늦어지면 미국 시장 공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관세 영향이 현실화할 경우 고객사 부담이 커지는 만큼 이들 국가에 진출한 기업들은 대체 시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이미 멕시코·캐나다에 투자한 부분은 북미 시장 이외 중남미 시장 개척 등을 하며 수익성을 어느 정도 보전해 나가야 한다"며 "특히 전기차·배터리 분야 기업들은 현지 생산을 늘릴수록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논리를 정부와 함께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철 한국경제인협회 연구총괄대표 겸 한국경제연구원장은 "트럼프 정부가 멕시코,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명분이 '불법 이민·마약 단속' 등으로 똑같더라도 중국 우회 수출, 무역수지 문제가 걸려 있는 멕시코가 캐나다보다 훨씬 큰 압박을 받을 것"이라며 "트럼프 2기 정부가 25% 관세를 매길 가능성이 더 큰 멕시코에 진출한 기업들은 '상황별 대응 계획(컨틴전시 플랜)'을 짜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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