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6일(현지시간)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휴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저녁 영상연설을 통해 "레바논에서의 휴전으로 이란의 위협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이 휴전 협정을 체결하기에 적절한 시기라며 "이스라엘군이 새롭게 정비하고 재무장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또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고립시키는 것 역시 휴전 협정의 목표라면서 "헤즈볼라가 없으면 하마스는 홀로 남게 된다"고 강조했다.
휴전 기간에 대해서는 "레바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헤즈볼라가 휴전 협정을 위반하고 공격에 나설 경우 더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도 예고했다. 그는 "헤즈볼라가 우리를 공격하려 한다면 무장하고, 국경 근처에 인프라를 재건한다면 우리는 공격에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더 이상 예전의 헤즈볼라가 아니다"면서 "우리는 헤즈볼라를 수십 년 전으로 퇴보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헤즈볼라가 가진) 대부분의 로켓과 미사일을 파괴했다. 수천 명의 테러리스트를 죽였고, 국경 근처의 지하 및 테러 인프라를 파괴했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저녁 내각이 휴전안 개요를 최종 승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방송은 안보 내각이 휴전안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휴전이 언제부터 발효될지 등 세부 정보는 언급되지 않았다. 앞서 레바논 현지 언론들은 휴전이 다음날인 27일 오전부터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었다. 헤즈볼라를 대리해 협상에 나선 레바논 당국과 합의가 최종 타결될 경우,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이 하마스에게 기습 공격 당하고 헤즈볼라와의 교전이 시작된 지 약 13개월 만에 휴전이 이뤄지게 된다.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를 겨냥해 이른바 '북쪽의 화살' 작전에 나서며 레바논에서 지상전에 돌입한 것 기준으로는 약 2개월 만이다.
미국이 제시한 휴전안에는 60일간 일시 휴전하면서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하고, 헤즈볼라의 중화기를 이스라엘 국경에서 약 30㎞ 떨어진 레바논 리타니강 북쪽으로 옮기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이행 상황과 위반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미국 주도의 감시위원회 활동도 휴전안에 포함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휴전이 가자지구 전쟁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하마스에 대한 우리의 압박은 더욱 강해질 것이고 이는 우리가 인질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직후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는 성명을 통해 "국제사회가 신속하게 움직여 즉각적인 휴전을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레바논에서는 최소 3823명이 사망하고 1만5859명이 상처를 입었다. 이날 휴전 발표에 앞서서도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접경지대 등지에서 180여개의 헤즈볼라 표적을 상대로 폭격을 가했다. 이는 헤즈볼라에 합의를 위반하지 말 것을 경고한 메시지로도 읽힌다.
다만 이스라엘 내부적으로 반발 여론도 확인된다. 이스라엘의 극우 정치인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서 이번 휴전 협정을 "역사적 실수"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것은 휴전이 아니다. 침묵을 위한 침묵이라는 개념으로의 회귀이며, 이것이 어디로 이어질지 우리는 이미 봤다"고 결국 전쟁이 재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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