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원 회장이 이끄는 HL홀딩스 가 자사주 대부분을 신설 재단에 무상 출연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당초 자사주를 주주가치 제고 목적으로 취득했지만 경영권 방어를 위해 아직 만들지도 않은 재단에 무상출연하는 꼼수로 주주와 회사 실적에 모두 손해를 끼친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HL홀딩스는 이날 오후 임시 이사회를 열고 지난 11일 공시한 자사주 47만193주 출연 결정을 철회했다. 자사주를 출연받기로 한 재단의 설립 방식과 시기 등은 추후 재검토할 예정이다.
김광헌 HL홀딩스 대표는 "그룹의 진정한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죄송하고 안타깝다”며 "주주들의 우려를 겸허히 받아들여 자사주 무상 출연 계획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앞서 HL홀딩스는 지난 11일 현물로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56만720주 중 84%에 해당하는 47만193주를 신설 재단법인에 무상으로 출연하기로 했다. 지난 18일 종가 기준 160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무상 출연하면 회사 실적에 그만큼 손실로 잡힌다. 회사 전체 이익이 줄면서 주당순이익(EPS), 즉 주식 1주당 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회사가 2020년과 2021년 두 차례 자사주를 취득할 때 내건 '주주가치 제고 목적'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통상 기업이 재단에 자사주를 넘기는 것은 경영권 분쟁에서 이기기 위한 '꼼수'로 꼽혔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재단에 넘길 경우 의결권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HL홀딩스의 최대주주인 정몽원 회장의 지분율은 특수관계인 포함 31.58%다. 나머지 주요주주로는 VIP자산운용(10.41%), 베어링자산운용(6.59%), 국민연금공단(5.37%) 등이 있다. 최대주주 이외 주주들의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당장 올해 3분기에도 '어닝쇼크' 수준의 부진한 실적을 거뒀음에도 주주가치 제고 목적과 상반된 결정에 HL홀딩스 주주들은 극렬히 반대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2대 주주이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회사의 결정을 막을 수 없는 무력한 상황이 안타깝다"고 토로할 정도로 비판이 거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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