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은 '한글서예'를 국가무형유산 새 종목으로 지정한다고 26일 예고했다. 한 달간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무형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578돌 한글날을 맞이해 8일 연세대학교 언어연구교육원 한국어학당에서 제30회 외국인 한글백일장이 열렸다. 서예가 한창환 선생이 글제를 붓글씨로 써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원본보기 아이콘한글서예는 우리 고유의 문자인 한글을 먹과 붓을 사용해 글로 쓰는 행위와 그에 담긴 전통 지식을 포괄한다.
한글은 훈민정음이 창제되고 반포된 15세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종이는 물론 금석(金石), 섬유 등 다양한 재질의 매체에 쓰였다. 한국인의 삶을 기록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한글서예는 한글로 쓰인 문학작품의 필사본이나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편지글에도 자연스럽게 사용됐다. 전통적인 판본체, 궁체부터 개인화된 필체인 민체까지 다양한 서체와 필법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다. 판본체는 조선 시대 중·후기까지 인쇄를 목적으로 하는 판각본에 사용한 서체, 궁체는 궁중에서 상궁들이 붓으로 서사(書寫)할 때 사용한 서체다.
한글서예는 문자를 이용한 독창적 조형예술로 기능하기도 한다. 다양한 서예 작품을 통해 시대별로 변화하는 미적 감각과 사회상을 담는다. 이러한 예술적 의미와 기능은 최근 들어 문자 디자인의 요소가 강조된 멋 글씨 예술(캘리그래피) 분야로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크게 네 가지 점에서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봤다. ▲한글 창제 시기부터 현재까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이어져 오고 있다는 점 ▲다양한 기록물(문학작품, 일상생활 실용서, 서간문)에 사용돼 민속사, 국어사, 음식사, 문화사, 서체사 분야 연구에 일조한다는 점 ▲우리 고유 문자인 한글을 사용해 이웃 나라들과 구별되는 독특한 필법과 정제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 ▲현재도 다양한 교육기관을 통해 전승되고, 예술 분야(캘리그래피, 미디어 작품, 공연 등)로 그 영역을 확장해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성에 기여한다는 점 등이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한글서예는 우리 고유의 문자 체계인 한글을 표현한다"며 "특유의 서체, 필법 등 전통성과 고유성을 통해 한국의 전통문화로서 대표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기관이나 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현재도 왕성하게 전승되고, 온 국민이 향유한다는 점을 고려해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를 인정하지 않는 공동체 종목으로 지정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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