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친구'(2001) '극비수사'(2015) 등을 연출한 곽경택 감독이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화재 사건을 스크린에 옮긴 '소방관'으로 돌아왔다. 2001년 3월 홍제동 다세대 주택에서 방화로 인해 서부소방서 소방관 6명이 사망하고 3명이 크게 다친 참사다.
곽 감독은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용산에서 열린 '소방관' 언론시사회에서 "실화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는 조심스럽다. 누군가의 희생을 기리면서 관객에게 호소하는 건 연출자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재주나 기술보다 치열함에 중점을 두고 연출했다"고 말했다.
'소방관'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전원 구조 목표를 가지고 투입된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극 중 서부소방서 신입 소방관 철웅 역을 연기한 배우 주원은 "촬영장에서 행복하고 즐겁게 촬영했지만, 실화에 기반한 영화라서 마음 한편이 무거웠다. 늘 소방관들을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소방관 용태를 연기한 김민재는 "우리 가까이 있지만 들여다보지 못했던 분들의 이야기이기에 꼭 참여하고 싶었다"고 했다.
1978년 부산에서 일어난 유괴 사건을 다룬 '극비수사', 인천상륙작전의 양동작전인 장사상륙작전에 참전한 인물들을 다룬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2019)에 연이어 실화 소재 영화를 스크린에 각색한 곽 감독은 "'소방관' 시나리오를 받고 희생한 소방관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무거워서 처음에는 연출을 고사했었다"고 했다. 이어 "시나리오 주신 분께 '왜 이 이야기를 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이런 이야기를 한 번은 해야 하지 않겠냐'고 하더라. 그때 내 안에 소방관들에 대한 부채 의식이 깊이 자리 잡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실제 소방관들의 반응이 가장 염려된다는 곽 감독은 "소방관들이 영화를 보고 '우리 이야기'라고 여겨주길 바란다. 영화 속 장면이 '현장에 갔을 때와 비슷하다'고 느껴준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고 했다.
영화는 2020년 촬영을 마쳤으나 코로나19 대유행과 주연배우 곽도원의 음주운전으로 12월 4일 4년 만에 개봉하게 됐다. 곽도원은 2022년 9월 제주시에서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58%로 면허 취소 수치(0.08%)의 2배가 넘었다. 설상가상 투자 배급을 맡은 에이스메이커는 영화 사업을 접었고, 바이포엠 스튜디오가 새 배급사로 나서며 개봉하게 됐다.
'소방관' 측은 영화에서 주인공인 반장 진섭 역을 연기한 곽도원의 분량을 일부 편집했다고 밝혔지만, 공개된 영화 속 곽도원의 분량은 꽤 많았다. 심지어 곽도원이 술을 마시는 장면도 편집 없이 여러 번 등장한다. 곽 감독은 "솔직히 말하면 곽도원의 분량을 빼기 위해 편집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4년 전 촬영을 마친 영화가 요즘 트랜드보다 속도감이 늦어서 재편집한 것"이라며 "젊은 세대가 재밌게 볼 수 있도록 손 봤다"고 했다.
곽 감독은 "요즘 세상이 바뀌어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보기도 하는데, 사실 제가 좋아할 만한 영화·드라마는 많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방관'은 다소 무겁지만, 마음에 와닿는 감정이 되레 새롭게 느껴지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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