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반년 새 2억 넘게 올랐다…'재건축 속도' 목동10단지 가보니

지난 21일부터 정비계획안 공람
최고 40층, 4045가구 대단지로
인근 6단지 정비구역 지정 영향도
총 2160가구, 의견 일치 난항 전망
공원, 층수 등 주민 반발도 커

"집값이 수요자가 감당을 못할 정도로 단기간 올랐어요."

25일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의 한 공인중개사는 올해 목동10단지 집값 추이에 관해 설명하며 이같이 핏대를 올렸다. 그는 "올해 2월 14억원에 팔린 96㎡(공급 면적 29평)가 지난 8월 16억6000만원에 나갔고, 73㎡(22평)도 7월 11억6000만원(4·5일)에 거래됐으나 지난 9월 12억8000만원(24일)에 팔리며 1억원 이상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서울 양천구 목동10단지 아파트의 재건축 정비계획안이 공개됐다. 사진=권현지 기자

지난 21일 서울 양천구 목동10단지 아파트의 재건축 정비계획안이 공개됐다. 사진=권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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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 재건축 속도 빨라지나

사업 속도에 대한 기대감이 목동 10단지의 집값 상승세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한 목동10단지는 1년 9개월 만인 지난 21일 정비계획안을 공개하며 재건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목동 신시가지 14개 단지 중 6·4·14·8·13·12단지에 이어 7번째다. 지난해 6월 신속통합기획 패스트트랙(자문 방식)에 신청하며 재건축이 급물살을 탔다. 인근 T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인근 대림·신길동 등에서 갈아타려는 수요가 꽤 있고 오늘도 매수하겠다는 사람이 다녀갔다"며 "이제 막 정비계획안이 나왔으니 앞으로 2주간은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했다.

목동 6단지의 사업 속도가 빨라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6단지는 지난 7월 목동 재건축 단지 중 처음으로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목동 재건축은 사업 속도가 느리다’는 편견을 깨고 6단지가 정비구역에 지정되는 등 속도를 내자, 10단지에도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Y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목동 신시가지 재건축 단지는 영향을 똑같이 받는다고 보면 된다"면서 "올해 상반기 서울 부동산 시장 회복세에 6단지 정비구역 지정까지 겹쳐 일대 집값이 무서운 속도로 올랐다"고 전했다.


지난 22일 서울 양천구 해누리타운에서 ‘목동10단지 재건축 정비계획안’ 주민설명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권현지 기자

지난 22일 서울 양천구 해누리타운에서 ‘목동10단지 재건축 정비계획안’ 주민설명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권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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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의견 제각각, 가장 큰 변수

그러나 10단지는 가구 수가 많은 탓에 재건축 단계마다 의견 일치가 쉽지 않다. 지난 22일 서울 양천구 해누리타운에서 열린 ‘목동10단지 재건축 정비계획안’ 설명회에서는 주민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가장 큰 쟁점은 공원 배치 문제였다.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단지 북동쪽 가장자리에 직사각형 모양의 근린공원이 들어서는데, 이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불만이다. 한 50대 주민은 "아파트를 지어도 모자랄 ‘금싸라기땅’에 공원을 만드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공원 이용가치도 지나치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도 "이 자리에 아파트를 배치해 동 간 간격을 넓히는 것이 주거 환경 개선에도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정비계획안을 마련한 도시계획업체 KTS엔지니어링의 황성식 상무는 이날 "상위 계획인 지구단위계획에 이미 공원 위치가 정해져 있다"면서 "지구단위계획이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아 큰 폭으로 바꾸기도 어려운 상태"라고 답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10단지' 재건축 대상지 위치도. 양천구청 제공

서울 양천구 '목동10단지' 재건축 대상지 위치도. 양천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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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수에 대한 반발도 컸다. 목동10단지는 인근 김포공항으로 인해 고도 제한을 적용받아 최고 40층까지만 지을 수 있다. 일부 앞 동의 경우 15층 중저층으로 계획됐다. 한 주민은 "일부 동을 15층으로 낮게 지으면서 동 개수가 많아지고 건폐율이 올라가 답답한 느낌이 든다"면서 "고도제한을 해제할 수 없다면 동별 배치라도 유연하게 해 15층 건축물을 25~30층까지 높일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주민 이모씨는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자 주민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향이 있다"며 "지구단위계획을 기반으로 정비계획안을 만드는 것인데, 근본을 흔들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주민도 "정비사업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서울시에 자문한 것 아닌가. 이 정비계획안에 반대하면 사업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주민 의견이 제각각인 가운데, 인근 T공인 대표는 "가구 수가 적어야 단결이 되고 사업 추진이 빨라질 텐데 여기는 총 2160가구라서 신탁 방식이냐 조합 방식이냐 등을 두고 시끄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Y공인 대표도 "단지별 가격이 비슷한 강남과 달리 목동은 신시가지 아파트만 높고 나머지는 낮다"며 "재건축이 된다고 해도 가격 상한선이 제한돼 있어 큰 차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목동 10단지는 기존 15층, 2160가구를 최고 40층, 4045가구(공공주택 510가구 포함) 규모 대단지로 재건축된다. 양천구는 다음 달 23일까지 정비계획안 공람을 실시, 주민 의견을 수렴한 후 신속통합기획 자문회의(2차)를 거쳐 서울시에 정비구역 지정을 신청한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정비구역으로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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