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가 자신이 모르게 다른 남자를 만나 온 걸 알게 된 뒤 그 사실을 주변에 알리라고 협박하고, 머리와 몸을 여러 차례 발로 차 중상을 입힌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는 23일 서울동부지법 형사12단독 이민지 판사가 상해와 강요 혐의로 기소된 약사 A(35)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2일 오전 연인 사이였던 B씨에게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A와 사귀면서 수없이 거짓말을 했다.', '사귀는 동안 다른 남자를 만나 환승 이별했다' 등의 메시지를 지인들에게 보내라고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런 메시지를 보내지 않을 경우 회사 단체 메시지 방에 전송하겠다고 협박해 B씨는 결국 지인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같은 날 오후 7시 30분쯤부터 5시간여 동안 야외공원에서 B씨의 얼굴과 머리 부위를 주먹으로 여러 차례 때리고 발로 차는 등 폭행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B씨는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4주의 중상을 입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교제하는 동안 다른 남자를 사귀어 이별했다 하더라도 범죄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며 "피해자는 피고인이 공탁한 700만원을 수령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밝히면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교제폭력의 숫자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만777명이던 교제폭력 피해자 수는 지난해 1만2799명으로 20%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1~10월까지의 교제 폭력 신고 건수는 7만2276건으로 하루 평균 238건에 달한다. 이 중 사건 접수로 이어지지 않고 '현장 종결'된 건수는 올해 4만41건으로 전체 신고 건수의 55.4%를 차지한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해 교제 폭력 피의자가 1만3939명이고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된 여성이 최소 138명이라고 집계했다. 이는 2020년 대비 55.7%나 증가한 수치다. 살인미수 등에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311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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