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회장후보 인터뷰]①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폐지해야"

2000년 의약분업때 대변인 맡아…35대 의협 회장 역임
"공공의료 확립하고 민간병원은 건보 통제 벗어나야"
"의협을 정부가 두려워하는 단체로 만들겠다"

편집자주
의료사태 장기화 와중에 자중지란에 빠졌던 대한의사협회가 내년 1월초 보궐선거로 차기 회장을 선출한다. 임현택 전임 회장 탄핵 이후 난맥상은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추스르고 있으나, 의료사태 해결을 위한 본격적인 의정 협의는 차기 의협 회장이 주도하게 된다. 아시아경제는 보궐선거 출마 후보들의 연속 인터뷰를 진행한다. 첫번째는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다.

주수호 대표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외과 전문의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 의협의 대정부 투쟁조직인 '의권쟁취투쟁위원회' 대변인을 맡으며 의협 지도부에 입성했다. 이후 2007년 제35대 의협 회장에 당선돼 당시 분열됐던 집행부를 단기간에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지난 3월 제42대 회장 선거에도 출마했지만, 임현택 전 회장과 결선투표 끝에 고배를 마셨다.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카페에서 의협 회장 보궐선거 출마 배경과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의정갈등에 대한 입장을 이야기하고 있다. 최태원 기자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카페에서 의협 회장 보궐선거 출마 배경과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의정갈등에 대한 입장을 이야기하고 있다. 최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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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는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카페에서 주 대표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차기 의협 운영방안과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의정갈등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의협 회장 보궐선거 출마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지난 3월 회장 선거 출마를 결정했을 때와 같다. 큰 틀에서 현재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할 필요를 느꼈다. 의사들이 그간 사분오열하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던 이유는 의료계가 가야 할 큰 목표 설정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가 있다 보니 직역별로 같은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 그래서 의료계의 잘못된 시스템 자체를 고쳐나가자는 큰 목표를 설정하고자 한다. 그래야 지금과 같은 의대 증원 사태도 똑바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시스템을 고쳐나가자는 게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

▲크게 말하면 국민의 선택권과 의사의 자율권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 의사들은 교과서에 나오는 의학적 판단에 따라서 환자를 진료할 수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 기준에 따른 진료를 하도록 제도적으로 강제받는다. 그러다 보니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못 할 뿐 아니라 소위 '3분 진료'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 이런 시스템은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좋지 않다. 근본적으론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폐지해야 한다. 현재 시스템은 결코 지속 가능하지가 않다.


-의료 민영화와 결이 같은 것 같다.


잘못 알려진 상식이 의료 민영화가 나쁘다는 것이다. 외국 영화에서 보니 돈이 없어 병원에 못 가더라 식의 선동에 빠진 것이다. 당연히 하루아침에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폐지를 할 수는 없다. 이같은 컨센서스를 확립하고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건보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것의 전제조건은 올바른 공공의료 확립이다. 정말로 병원 갈 돈이 없는 이들을 위한 공공의료가 바로 선 후에야 민간의료보험 등이 의미가 있다. 돈 없는 사람은 병원 가지 말란 이야기가 절대 아니다. 다만 공공의료 이용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 역시 구축해야 한다.


-의정갈등 사태에 있어 단기적 계획은?


▲중요한 것은 원칙을 무너뜨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현 사태에서 가장 최전선에서 희생하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가장 우리 의료를 오래 이끌 이들이 전공의와 의대생들이다. 이들의 의견을 가장 중심에 두고 목표를 설정할 계획이다. 또한 의료계가 앞으로도 분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장이 되면 가장 먼저 정부와 정치권에 의협을 통하지 않고는 산하단체에 공문을 보내지 말라고 할 것이다. 그렇게 우리가 가야 할 큰 목표, 큰 틀 안에서 나머지 각론들이 원칙 내에서 하나하나를 해결해 나가려 한다. 모이지 않으면 의사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인 힘을 제대로 발휘하기 힘들다.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꼭 선행돼야 하는 일이다.


-차기 집행부에 가장 요구되는 것이 사직 전공의들과의 협력이다. 어떤 복안을 갖고 있나.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 의쟁투 대변인을 할 때부터 전공의들과 잘 소통해왔다. 그 당시 전공의였던 이들이 이젠 40~50대가 돼 각 시도의사회에서 일하며 아직도 날 돕고 있다. 지금 전공의들을 100% 이해할 순 없겠지만, 이런 모습들이 젊은 친구들의 생각을 중심에 두려는 내 가치관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지난 20년간의 행적이 그냥 말로 소통한다고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협의체든 투쟁체든 전공의나 의대생들의 의견을 가장 중심에 두고 결정을 내려갈 계획이다.


-그간 전공의들과 어떤 교류를 해왔나.


▲올해 2월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을 맡으면서 많이 알게 됐다. 지금도 길을 걷다 보면 젊은 친구들이 먼저 인사를 걸어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도 사직 전공의들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부산에서 열리는 사직 전공의 행사에 초청받아 가봤더니 다들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10월에 서울에서 사직 전공의 행사를 직접 주최도 했다.

예전부터 젊은 의사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지난 회장 시절엔 외부에 있던 대전협 사무국을 의협 건물로 들여왔다. 젊은 의사들과 더 소통하기 위해서였다. 회장 시절 실패했던 의대생에게 의협 준회원 신분을 주는 것도 다시 추진하고 싶다. 당시 의협 정관을 개정하려 했는데 보건복지부에서 거절한 바 있다.


-의료사태 해결의 데드라인이 있다고 보나.


▲솔직히 아무도 모른다. 시작할 때 이렇게 될지도 몰랐고,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왜곡된 의료가 점점 드러나고 있다. 점점 더 이대로는 안 되겠단 공감대가 확산돼가고 있다. 데드라인을 신경 쓰기보다는 의사들이 지치거나 포기하지 않고 처음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한두달 내에 끝내는 건 어렵다. 투쟁과 중장기적인 대책까지 염두에 둔 철학이 확고한 집행부가 필요한 이유다.


-수능이 이미 끝났다. 내년 의대 정원 규모 조정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나.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정부다. 의료계는 꾸준히 이러한 문제들이 생길 것이라 이야기해왔다. 정부는 이제 와서 현실적으로 규모 조정이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원칙이 없어서 그런 거다. 시기를 놓친 것은 정부다. 우리는 일관된 원칙을 지키는 것뿐이다. 일각에선 무책임하다고 하지만 오히려 책임감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의료계였다.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증원을 강행하면 내년엔 의대생 7500여명이 학교를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입학한 학생들이 실제 수업 여건이 도저히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속았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이제 뽑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올해 의대 1학년이 학교로 돌아와 2학년이 될 시점을 정부가 놓쳤기 때문이다.


-차기 의협 회장으로서 가지는 본인의 장단점은?


▲의료계를 하나로 뭉쳐서 끌고 갈 수 있는 리더십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일관된 철학과 풍부한 의료계 경험 등이다. 현 집행부는 보궐선거 통해 생기니 집행부를 꾸릴 시간이 없다. 그래서 당선되는 순간부터 즉시 협회 업무를 볼 수 있는 인재 풀을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아까 이야기한 2000년 당시 전공의였던 이들 중 아직 나를 돕고 있는 이들이 많다. 당선되면 당장 생업을 포기하고 상근으로 의협에 들어올 경험과 능력을 공개적으로 인정받은 인재풀을 가지고 있다.

단점은 사법 리스크일 것이다. 음주운전에 대해 크게 속죄하고 있다. 그날 이후 반성하고 운전면허를 재취득하지도 않았다. 잘못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유가족께서 탄원서를 써주시기도 했다. 평화로운 상황이었다면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할 사람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회장이 된다면 임기를 마친 후 '정말 의사와 한국 의료를 위한 회장이었다'란 평가를 듣도록 일하겠다. 정부에겐 두려운, 정치권으로부턴 만만하지 않은 단체로 의협을 만들겠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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