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의 실적 악화로 모회사 케링그룹의 프랑수아 피노 창업자 부호 순위가 12년 만에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구찌가 잘 안팔린데다 경영 쇄신이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올해에만 주가가 50% 가까이 폭락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로 본 피노 창업자의 세계 부호 순위는 104위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명품 브랜드 구매 열풍이 일었던 2021년 8월 22위까지 올랐으나 이후 자산 규모가 3분의 2 줄어 203억달러(약 28조4000억원)까지 내려앉았다.
피노 창업자의 자산을 뒤흔드는 건 구찌의 실적이다.
피노 창업자를 비롯한 피노 가문은 케링그룹의 지분 42%, 의결권 59%를 보유하고 있다. 구찌는 케링그룹 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큰 브랜드다. 케링은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46% 감소한 25억유로(약 3조7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가장 큰 시장인 중국에서 의류, 와인, 화장품 등 전 분야에서 수요가 감소하면서 타격이 컸다.
이에 따라 케링그룹의 주가는 올해 들어 47%나 폭락했다. 1월 2일 393.05유로였던 케링그룹 주가는 이달 21일 208.45유로로 뚝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케링은 지난달 구찌의 경영진을 교체했고, 한 달 뒤인 최근 다른 계열사인 발렌시아가와 생로랑의 최고경영자(CEO)도 교체키로 했다. 현재 케링그룹의 지휘권은 아들인 프랑수아 앙리 피노 CEO가 갖고 있지만, 여전히 피노 창업자는 그룹 창업자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1936년생으로 올해 81세인 피노 창업자는 프랑스의 억만장자 사업가로 케링그룹과 투자 지주회사인 아르테미스의 창업자다. 1960년대 목재 사업으로 재력을 쌓기 시작한 그는 1990년대 초 투자 회사인 아르테미스를 세워 샴페인 회사, 럭셔리 크루즈 회사, 축구 클럽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이후 1999년 구찌그룹의 지분 매수를 시작으로 2000년 프랑스 주얼리 회사 부셰론, 2001년 발렌시아가와 알렉산더 맥퀸 등을 인수해 본인 만의 럭셔리 왕국을 세웠다. 추가로 럭셔리 브랜드를 사들인 피노 창업자는 2013년 그룹으로 통합을 추진하고 그룹명을 케링으로 결정했으며 그룹 지휘권을 아들에게 넘겼다. 이 시기부터 최근까지 그는 세계 예술계의 큰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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