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행정부 '경제사령탑'인 재무부 장관으로 케빈 워시 전 연방준비제도(Fed) 이사를 지명한 후 2026년 제롬 파월 현 Fed 의장의 임기가 끝나면 그를 Fed 의장으로 지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개인 자택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진행된 회의에서 워시 전 이사와 이에 대해 논의했다. 워시 전 이사는 당초 재무장관 후보로 유력했던 스콧 베센트 키스퀘어그룹 최고경영자(CEO)와 하워드 러트닉 캔터 피츠제럴드 CEO 사이에서 '칼싸움' 묘사가 나올 정도로 경쟁이 심화하며 이들 모두 지명 가능성이 낮아지자 새 후보로 떠오른 인물이다.
올해 52세인 워시 전 이사는 모건스탠리 출신 금융전문가로 앞서 트럼프 행정부 1기에서도 Fed 의장 후보로 유력하게 꼽혔다. 2002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정책보좌관으로 활동했고, 2006년 Fed 최연소 이사로 임명돼 2011년 물러났다. 쿠팡 모회사인 쿠팡Inc의 이사직을 맡아 국내에 알려져 있기도 하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당초 재무부 장관 후보였던 베센트 CEO를 차기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으로 발탁하되, 워시 전 이사가 Fed 의장으로 옮겨간 후 베센트 CEO를 재무부 장관으로 지명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 역시 트럼프 당선인이 워시 전 이사를 재무부 장관으로, 베센트 CEO를 NEC 위원장으로 두는 조합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었다.
다만 이는 아직 초기 논의 단계로, 트럼프 당선인이 마음을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산운용사 아폴로 글로벌을 이끄는 마크 로완 CEO 역시 새롭게 부상한 재무부 장관 후보 중 한 명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평소 측근들에게 로완 CEO에 대해 호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현지 언론들은 이해충돌 방지를 포함한 공직자 윤리 규정에 따라 로완 CEO가 아폴로를 떠나야 하는 것이 문제가 될 것으로 평가해왔었다.
대통령직 승계 서열 5위인 재무부 장관은 28조달러 규모의 국채시장, 무역부터 은행까지 40여개의 경제제재 프로그램 등을 총괄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는 경제사령탑으로서 최대 20% 보편적 관세, 중국산 60% 고율 관세 등 무역전쟁을 이끄는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워시 전 이사와 만난 자리에서 관세에 대한 과거 그의 입장에 대해서도 질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시 전 이사는 과거 보호무역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2018년 WSJ 오피니언에서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관세 계획이 미국의 경제고립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우리 경제성장 전망에 큰 해를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워시 전 이사는 트럼프 당선인이 과거 1기 행정부 Fed 의사로도 고려했던 인물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시 워시 전 이사 대신 파월 의장을 택한 것에 대해 후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들은 현재 트럼프 당선인이 Fed 의장 자리를 두고서는 여전히 고심 중이라며 2026년 5월 파월 의장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최종 결론을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을 앞두고 Fed의 금리 결정에 대통령이 더 많은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다만 지난 6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는 "그(파월)가 옳은 일을 한다면" 임기까지 파월 의장을 내버려 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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